[일자리사업국] 지역 활동가의 새로운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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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겨울을 보내면서 지난 6년 8개월의 시간을 회상하게 되었다.

다가오고 있는 2019년 1월부터 새롭게 시작하게 될 새로운 도전 과제 때문이기도 했고,

인생의 황금기인 40대를 택배를 하면서 현장에서 보냈던 시간들을 회상하는 것도 상당히 의미 있는 것이었기에

분주하게 사람들을 만나면서 지역 활동가로서 또 교회 목사로서 택배 회사의 대표로서 마음의 정리들을 하여야만 했다.

그 때 한 사회적기업의 대표를 만나 친구가 되었고 그 분은 잊지 못할 시 한편을 소개해 주었다.

신영복 선생의 “떨리는 지남철”이라는 시를 읊어 주었을 때 나는 새로운 도전을 결심할 수 있었다.

 

떨리는 지남철

-신영복

 

북극을 가리키는 지남철은 무엇이 두려운지

항상 그 바늘 끝을 떨고 있다.

여윈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그 지남철은 …

자기에게 지니워진 사명을 완수하려는 의사를

잊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며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도 좋다.

만일 그 바늘 끝이 불안스러워 보이는 전율을 멈추고

어느 한쪽에 고정될 때

우리는 그것을 버려야 한다.

이미 지남철이 아니기 때문이다.

 

활동가 그리고 목사의 삶이나 매한가지인 것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있을 때 먼저 달려가는 이들이라는 점이다.

마음만 준비되어 있다면 다시 현장에서 고통 속에 신음하는 이들과 이웃이 되는 것이 운명이다.

진보 진영의 수많은 활동가들에게 처음 마음처럼 흔들리지 말아야 할 것은

지남철의 흔들리는 철심처럼 인생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하는 지점을 이탈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곳이 신이 계신 곳이며, 가장자리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2019년 1월을 맞았고, 지금은 또 하나의 사회적기업에 새 둥지를 틀었다.

목표는 분명하다.

지금까지 살기좋은마을을 통해 절반의 성공작이 된 “실버택배”의 일자리창출을 안정시키고, 사회적경제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함이었다.

사회적부동산개발사업, 정확하게는 도시재생지역 또는 주거정비사업지구 등에서 주거취약계층이 염가의 주택에서

만족도 높은 주거환경을 조성하는 시행사업과 부동산 자금 투자 유치 등의 금융을 활성화시키는데 목적이 생겼다.

지금은 자금을 집행해 줄 수 있는 융·투자사들을 설득하면서 혁신 소사이어티를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이론을 학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기금과 사회혁신을 위한 금융, 사모집합투자기구(PEF) 등과 같은 금융에 대한 학습도 병행하고 있다.

 

한편, 살기좋은마을을 통해 일자리창출을 도모했었던 마을택배는 순항 중이다.

금년부터 더 많은 공동주택 아파트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일자리 창출을 기획하고 있다.

1천세대 이상의 아파트 주민들이 원하는 곳이면 택배사업단을 기초로 다양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새로운 O2O 플랫폼 모델을 접목시켜 나가고 있다.

또한 금년부터는 마을택배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지하철을 통해 다양한 물류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청년의 일자리가 추가 되는 점이 다르기는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준비해 왔었던 일들이 이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더불어 전통시장에서 당일 택배를 실시하고,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는 사업도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시작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미 지난 4년간 다른 전통시장에서 실패했었던 경험을 토대로 진행 되고 있기에 실행 이후가 기대된다.

한편 금년부터는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발전시켜서 사회적기업이 제2의 기회(second chance)가 없는 한국사회의 노동시장에서

건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on demand 교육을 통해 발굴·교육된 인력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집을 지어가면서

또 다른 비즈니스까지 연계하는 사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활동가는 어떤 조직에 소속되어 있을 때나, 밖에서 다른 조직에서 일을 할 때나 항상 흔들리는 경계선에서 새로운 과제를 가지고 씨름하는 사람이다.

올해부터는 날마나 노동으로 새벽부터 밤까지 택배 일을 했었던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날 것이다.

활동가는 돈 벌이 되는 일상도, 이론적인 토대 위에 구축되어지는 지식인의 삶의 울타리도 모두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년에 너무도 힘들었던 어느 여름 날 밤에 택배 터미널 일터에서 썼던 시 한편으로 새로운 시작을 스스로 격려하고자 한다.

 

눈망울

- 오범석

 

하루 종일 고된 노동으로

지친 저녁에 한 젊은이의 눈망울을 보았다.

검은 밤은 온 세상을 덮쳤고, 사람들은 밝은 빛이

있는 집으로 향하는 시간에 노동자의 눈은 슬픈 노루 같다.

시커먼 먼지를 뿜어내는 컨베이어는 회색등 전구에 의지하는

짐승들의 마지막 남은 힘까지 모두 빨아들이고 있다.

 

이제 막 이 일을 시작한 청년이 슬픈 눈으로

말한다.

“오늘 사고 쳤어요.”

이 일을 시작하려고 새 차를 산지 한 달이나 됐을까.

새 트럭의 앞이마와 안음 자리가

폐차장 문턱을 겨우 벗어난 행색이다

뭐라 위로 할 수 없어 캔 음료를 사서 건낸다.

 

침묵의 음료를 사이에 두고

손을 움켜쥐며 고개 숙인 그에게서 저울이 생각난다.

살아 왔던 슬프도록 가벼운 경험의 무게 때문에 날아갈 깃털을

잃어버린 한 마리 새가 퍼덕이고 있다.

젊음이는 그 밤 너무나 가볍게 시들어버리고,

깃털 하나 보탤 것이 없는 늙은 나도, 청년과 같이

벌거벗겨져 거적을 한 층 한 층 포개어 쌓아 올린 누더기 옷을

입고서 그 무게에 숨을 헐떡이며 주저 앉는다.

 

미천이라곤, 맑은 눈망울 뿐,

돌아오는 버스에서 차창에 비치는 날개 없는 작은 새 한마리

두려움과 막막함으로 휘청거렸던 시절에 주막 의자로 인생을 배웠던 것이

그나마 슬프도록 위로가 되는 젊음의 찬가.

차창 밖으로 붉게 출렁거리는 빛들 사이에서 숨죽여 울고 있는 아이에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 슬픈 눈망울만은 오래토록 간직해 살아 달라고.

(2018.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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