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작은마을의 가을,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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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변화의 과정에 있다. 철거 재개발로 급격한 변화의 몸살을 앓던 시대를 지나 다수의 개발구역이 해제되어 어떻게 하면 살기좋은 내일을 만들 수 있을지 모색하고 있다. 구역에서 마을로의 귀환이라고 할까, 싶지 않은 실험을 해야할 상황인 것이다. 

성북동은 성북구, 아니 서울에서도 유난히 아름다운 곳이다. 서울성곽이 둘러싼 작은 섬 같이 아담한 분지지형에 전국적인 부촌과 서민들의 보금자리가 공존하고 있고 심우장, 최순우옛집과 같은 오래된 장소가 고즈넉한 단아함을 드러낸다. 

 

한성대역에서 성북동 가운데 길로 올라가다 보면 선잠단지 못미쳐 완만한 비탈에 자리잡은 소담한 동네는 30-40년전의 모습 그대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성북4구역’이라 불리우는 동네로 오랜시간 재개발 예정지역으로 묶여있다가 소유자 과반수 동의로 추진위원회 승인이 취소되어 해제된 구역이다. 대안으로 서울시에서 추진중인 주거환경관리사업 후보지로 신청하여 현장자문을 나간 차에 골목 구석구석을 둘러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오래 묵은 장처럼 동네 뒷골목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좁은 골목길 양 옆에 단아하게 자리잡은 작은 집들은 정겹지만 많은 집이 언제 주인을 떠나보냈는지 쓸쓸하게 비어있다. 사람이 살았던 온기가 아직도 남아 있는 듯, 떠난 주인을 기다리는 듯, 문을 열자 남겨진 살림살이가 손님을 맞이해준다.  

 

 

빈 집 보다 많은, 온기있는 집의 담장안에는 튼실하게 익어가는 대봉이 담을 넘어 손을 뻗으면 닿을만한 곳에서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있고 담쟁이 덩굴은 아름다운 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도시가스도 들어오지 않고 소방도로도 없어 위험하고 불편하지만 구역 해제 이후에 한 두 집씩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자기만의 개성을 지닌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한 두 집씩 집을 고치고, 새로 지어지는 과정은 도시재생의 필수적인 흐름이다. 긴 겨울이 지나가고 새싹이 돋듯이 구역해제 이후에 아직 재생사업지로 선정되지도 않은 성북동의 작은 마을에서는 이렇게 자생적인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오래되고 낡은 도시 마을을 재생하는 국토부의 새뜰마을사업이나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자생적으로 주택을 개량하는 주거환경관리사업과 같은 마을재생사업이 절실한 성북동의 작은 마을, 

주민들의 지혜와 마음이 모여져 성북4구역이 자신의 아름다움에 걸맞는 단아한 이름을 찾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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