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환경관리사업에서 주민참여가 잘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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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환경관리사업과 관련해 여러 공무원, 활동가들을 만나면서 언젠가부터 ‘교육만능주의’가 이 세계에 자리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주거환경관리사업이 잘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얘기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활동가 교육, 주민 교육입니다. 갈등 관리에 대한 교육, 마을공동체에 대한 교육, 주거환경관리사업에 대한 교육, 협동조합에 대한 교육 등등...

 

처음엔 ‘부족한 부분이 있으니 교육이 필요하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과연 그런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육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생각은 주거환경관리사업이 잘 안되는 이유로 관계인(주민, 활동가 등)의 부족함을 전제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민에게 부족하다고 하는 것이 과연 맞는 생각일까요? (활동가는... 음...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민들은 이 사회 안에서 이 사회의 작동방식에 맞춰서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제도가 바뀌면서 주민들에게 모이라고 하고, 마을의 개선 방향을 논의하라고 하고, 마을을 관리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되니 주민들이 사는 마을을 좋게 하는 건데 주민들이 참여를 안 하거나 이상한 얘기를 한다며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해야한다고 합니다. 다르게 얘기하면 평생동안 살아온 방식 그대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당신들은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는 격입니다.

 

저는 ‘주민들의 역량이 강화되야 하는 건 맞지만 주민들이 부족한 건 아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주민들의 역량이 강화되고 의식이 바뀌는 건 주민들의 책임이 아니라 제도와 행정과 활동가의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작은 마을 디자인하기’란 책이 있습니다. 일본의 커뮤니티 디자이너 야마자키 료와 건축가 이누이 구미코 사이의 편지를 엮은 책인데 이 책에서 주민 워크숍에 대한 한 부분을 인용하겠습니다.

 

“단순히 의견을 어떻게 집약하느냐 하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의견을 낸 사람들끼리 어떻게 연결될까, 어떤 행동을 유발할까 하는 것들이 더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워크숍에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하는 즐거움이 워크숍에 존재하는가 여부입니다. 말하자면 워크숍에 가는 것이 즐겁게 느껴질 만한 자리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죠”

 

어떻게 하면 주민들이 모여서 즐겁게 행동을 하게 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 필요한 것이 삶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그 동네에서 주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이해하며,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채워지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요. 그러면서 삶의 필요에 공감하고, 이와 관련된 것을 제안하고, 행동이 모아지게 하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서 주민들은 보통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그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생 단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것이니까요.

 

제안한 것을 주민들이 모여서 하게 하는 것, 여기서 필요한 것이 기대감입니다. ‘이걸 하면 이런 부분에서 좋겠다’, ‘이걸 하면 이렇게 달라지겠다’, ‘우리가 이걸 하고싶다’ 하는 기대감이요. 이게 위의 책에서 말하는 즐거움일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주거환경관리사업에 그런게 있을까요?

 

제가 활동하는 정든마을의 주거환경관리사업 기본계획 내용을 적어보겠습니다.

  • 쌈지공원 화단 정비 및 운동기구 설치

  • 도로 포장 개선 및 버스정류장 설치

  • 골목길 포장 개선 및 하수관거 정비

  • 노후 계단 정비, CCTV 및 보안등 확충

  • 마을 중앙길 테마가로 조성

  • 마을 입간판 설치, 공동이용시설 설치

  • 주택 개량 방향 제시(권고)

  • 특색있는 골목길 조성(담장 허물기. 권장)

  • 전신주 개선 및 통신선 정비

  • 태극기 교체 및 달기(미시행)

 

이 중에서 주민들이 ‘우리가 하고 싶다’ 라고 생각할 만한게 무엇이 있나요? 그 전에 주민들이 할 것이 얼마나 있나요? 대부분 ‘해주면 좋겠네’라고 할 만한 거 아닌가요?

 

요즘엔 공무원들의 생각도 많이 좋아졌다고 느끼지만 예전에 구청의 일선 공무원들과 일하다 보면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지역의 민원성 사업 한 방에 털어버리는 걸로 생각하는 건 아닌가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주민들이 행동이 만들어지지 않는 문제도, 공무원들의 생각이 굳어져 있던 문제도 주거환경관리사업이 지역의 물리적 환경을 꽉 짜여진 틀로 계획해 한 번에 개선하는 도시정비사업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물론 주거환경관리사업에도 그렇지만은 않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용역사, 지역재생활동가 등의 역량과 마인드에 달려 있지 않나 싶습니다. 용역사, 지역재생활동가의 역량과 마인드가 부족할 때 제도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이지요. (그리고 안타깝지만 부족한 부분은 어디나 있지요)

 

이런 점에서 봤을 때 주거환경관리사업의 성공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일은 주민들의 활동을 유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점을 찾고 바꿔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주민들의 역량은 이런 활동의 경험이 축적될 때 자연히 강화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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