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과 함께 한지 17년만에 원하는 모델을 실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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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침을여는집의 원장으로 부임하여 5년이 되었다. 5년 중에 3년을 사회적기업을 만드는 데 혼신의 힘을 쏟았다. 시작 할 때도 노숙인쉼터의 특성상 지역사회에 참여하여 노숙인의 자활모델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돈도 없었고, 지역정치도 잘 몰랐으며 특별히 어떤 사업 컨텐츠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지 망막하기만 했었다. 정작 사업을 시작한 후로도 전혀 알지 못했던 택배물류업에 뛰어 들어서 참 많은 수업료를 지불해야 했다. 매달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750만원의 적자를 무려 3년 하고도 8개월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함께 컨소시엄으로 사업에 참여했었던 길음종합사회복지관은 괄목할만한 성과로 지난 해 대통령 표창을 수여 받기도 했고, 성북구청도 나름대로 '마을택배'라는 이름으로 정책적 성과를 취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로 현장을 책임지는 회사의 책임자는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서 겨우 겨우 버텨 왔다고 하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후회보다는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 사업이 계속 적자일로의 길을 걸는다고 상상해도 나의 이 판단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서 이런 회사는 더 많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영세한 회사 사정상 근로기준법에 부합하는 채용기준을 맞추느라 전전긍긍하면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택배 영업소의 매출은 뻔하다. 영업력도 아직 미완성 단계여서 노동을 통해 돈을 벌기는 커녕 오히려 일을 하면 할 수록 돈을 까먹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지난 4년 간의 창업의 소회는 그냥 깜깜한 암흑의 시기였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그런데 이제 그 어둠의 터널을 뜷고 조금씩 자리를 잡는 것 같다. 바로 지난 달부터 회사의 월매출 구조가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이제 수익이 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일이 잘 되려고 그랬는지, 근로자들의 정착율도 좋아져서 최근에는 매우 안정적인 고용유동율을 나타내고 있다. 가장 기쁜 일는 노숙인 형제들을 채용하여 이제는 계약직과 정직원의 수가  관리직을 빼놓고 100% 노숙인이 현장 일자리를 대체했다. 뿐만 아니라  노숙인과 임대아파트 주민이 회사의 임원들로 재편되었다. 처우 또한 노숙인 출신의 근로자도 당연히 일반인과 똑같은 수준의 인건비를 받을 수 있게 되었고, 그 분들의 생산성도 하루가 다르게 정상적인 상황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丙申년 들어 벌써 4명의 신규 직원이 회사 1톤차량과 택배권역을 자신들의 몫으로 활용하고 있다. 회사는 입사와 더불어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상담을 실시했고, 그 결과 이제 2명의 근로자가 임대주택으로 입주했으며 현재 4명의 노숙인 출신 근로자가 임대주택을 신청하고 대기 중이다. 이젠 몇 개월 후면 임대주택으로 입주하는 분도 2분 더 늘어난다. 

 노숙인 쉼터에서 17년동안 생각만 했었던 노숙인 자활을 내 손으로 일군 사업장에서 실현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 꿈만 같다. 물론 이 사업장의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서 개인 채무도 1억원이 훌쩍 넘는 비용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회사가 잘된다면 그 부채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이제 다음 단계를 꿈꾼다. 회사의 규모를 늘릴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노숙인 출신의 근로자들에게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택배영업소 개념의 자기 사업을 할 수 있는 권역을 나누어 줄 생각이다. 장기적으로 독립을 시킬 수 있다면 매우 훌륭한 자활사업단이 될 것이다. 우리 회사는 지난 년도를 끝으로 서울시혁신형사회적기업과 서울시예비사회적기업으로의 사명을 종결지었다. 아쉽게도 고용노동부 심사에서는 탈락되었지만,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회사는 안정적 기조에 들어 서고 있고, 내용적으로는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사회적기업, 마을기업으로서 컨텐츠를 지니고 있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기업으로서는 미생이지만, 점점 더 활력을 지닌 택배회사로써 발돋움 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더 재미 있는 사업 컨텐츠로 IoT 물류 분야에서 지역모델을 만들어 내어 유통과 연결시킬 생각을 하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자본도 없고, IT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은 작은 회사이지만, 사람이 자산이고,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회사가 될 것이다. 자본에 휘둘리지 않는 주식회사의 모델을 아주 천천히 만들어 가는 중인 것이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다 보면 기회는 점점 더 많아진다.'는 말이 있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 설립된 회사에서 이제는 도움을 받았던 이들이 또 누군가에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회사로 진일보한다면 우리 사회에 희망의 작은 불씨가 살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거면 충분하다. 처음부터 아주 작은 나눔의 실천을 위해 시작한 일이니까.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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