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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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6.25

모르면 죄가 된다

이주원

 

예고된 ‘재앙’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현재까지는 그렇습니다. 재개발(뉴타운) 사업은 서울을 필두로 하여 한국의 모든 도시를 근본적으로 개조하는 대변혁입니다. 이런 어마어마한 대변혁을 짧은 시간 내에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려는 행정당국과 개발세력의 욕망 앞에 영세가옥주와 주택 및 상가세입자 등의 주거약자들은 주거권과 생존권을 지키고자 저항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개발세력의 거대한 힘 앞에서 주거약자들의 저항은 작은 몸짓에 불과합니다. 그렇습니다. 주민들의 저항은 작은 몸짓일 뿐이었습니다. 허나 개발동맹세력은 작은 몸짓하나 용납할 수 없었나 봅니다. 작은 저항을 큰 공권력으로 누른 결과 용산에서 대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주민들은 깨달았습니다. 작은 몸짓으로는 바꿔낼 수 없다고. 큰 몸짓이 돼야 한다고. 

 

작은 몸짓이 큰 몸짓으로 성장하려면 ‘앎’이 있어야 합니다. 사업의 수익성을 따지기 이전에 재개발(뉴타운) 사업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현행 개발제도 아래서 원주민 재정착율을 논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구도심을 새로 개발하면 개발된 아파트의 가격은 비쌀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럼 이 비싼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주민들을 제외하고는 능력이 안 되는 주민들은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이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지역도 재개발(뉴타운)을 한다고 하는 것이죠. 자! 아시겠습니까? 본래 재개발(뉴타운) 사업은 능력이 안 되는 주민들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는 것을. 능력이 안 되는 주민들은 결국 밀리고 밀려 저쪽 어딘가에 있는 도시의 외곽으로 쫓겨나야 한다는 사실을. 재개발[뉴타운] 지역 주민들 사이에 회람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모르는 것은 죄다.” 

 

그렇습니다. 재개발(뉴타운) 지역 주민들에게 있어 재개발(뉴타운) 사업의 제도, 정책, 절차 등을 모르는 것은 죄입니다. 이유인 즉, 모르는 만큼 내 재산을 개발세력에게 빼앗기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속았다고 후회한들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재개발(뉴타운) 사업 동의서에 속아서 찍었던, 몰라서 찍었던, 도장을 찍은 당사자인 ‘내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모르는 게 죄입니다.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본다.”

 

아직도 뉴타운의 장밋빛 꿈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주민들은 개발만이 살 길이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저희들이 주민설명회 현장에서나 개별적인 상담에서 재개발 사업의 위험성도 일러드리지만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나중에 후회하시는 주민 분들도 많이 뵙습니다. 많은 주민들이 저희들의 이야기를 듣고도 ‘설마 그럴리가’라는 생각을 하십니다. 바로 그 설마가 사람을 잡았습니다. 응암동, 왕십리 등의 사례를 보면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민분들께 말씀드립니다.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냐고?” 그런데도 꼭 먹어보시는 주민들이 계십니다. 그리고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를 하죠.

 

재개발(뉴타운) 지역을 방문하여 주민들을 만나면서 중요한 한 가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건 많은 주민들이 재개발(뉴타운) 사업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올바른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는데,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재개발(뉴타운) 사업 현장을 가보면 재개발조합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왜곡된 정보만이 유통되고 있을 뿐입니다. 아까 ‘앎’이 중요하다고 했지요. 현행 재개발(뉴타운) 사업에 문제의식이 있는 지식인, 시민활동가, 주민들이 가장 먼저 할 일이 바로 ‘올바른 정보’를 주민들에게 유통시키는 일입니다.

 

지식인, 시민활동가, 선진적인 주민들이 현장 활동을 하면서 배우고, 느끼고, 습득한 모든 것을 골리앗과 싸움을 하는 모든 다윗들에게 제공한다면 희망의 싹은 쑥쑥 자라날 것입니다.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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