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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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5.19

잃어버린 10년

이주원

 

‘잃어버린 10년’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좌파정권으로 규정한 보수우파의 정치선동구호였다. 하도 잃어버렸다 길래 무얼 그리 분실했는지 꼼꼼하게 살폈다. 참나, 그네들이 잃어버렸다고 우기는 건 다름 아닌 그네들의 기득권 중 일부. 오히려 참여정부시절엔 부동산가격 폭등으로 돈도 많이 벌었던 그들. 

 

오히려 그네들이 진보좌파의 시대라고 규정한 10년 동안 더 잃어버린 것이 많은 이들이 있으니, 그들은 바로 우리다. 표현이 뭐하지만 진보의 시대(이 표현에 동의 못할 사람도 많은 것이다)에 진보성을 상실한 것이다. 잃어버린 10년은 보수우파 그네들의 상실의 시간이 아니라 진보좌파인 우리들의 상실의 시대였다.

 

한때, 시민운동이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기도 했다. 정부(국가)와 기업(시장)은 시민단체(시민사회)의 눈치를 보던 시절이었다. 허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했던가 권력화된 시민단체는 국민들로부터 멀어졌고, 영향력은 급속히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더구나 지역사회의 지역단체는 지난 10년 동안 더 많은 것은 잃어버렸다. 무엇을 잃어버렸냐고 묻는다면, 사람(주민과 활동가)을 잃어버렸다고 그리고 현장을 잃어버렸다고 답을 할 것이다. 그 좋았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지난 10년, 지역사회운동단체는 상대적으로 평온했고 풍족했다. 한나라당의 국정운영 실패(IMF)와 보수우파였던 자민련의 도움으로 간신히 정권을 잡은 김대중 정권은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국정파트너를 찾았다. 국정파트너 중 중요한 세력이 바로 시민사회단체(지역단체 포함)였다. 

 

김대중 정권은 건국이래 최대 위기였던 IMF환란을 극복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를 육성하였다. 그 결과 보수적인 인사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던 복지사업에 ‘자활후견기관’ 등의 정부 육성 프로그램을 위탁 운영하는 형태로 진출하여 지역사회에서 지역운동단체가 제도화하기 시작했다.

 

밝음이 있으면 어두움도 있듯이 제도권 밖에서 활동하던 지역단체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면서 상실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우리들의 상대적 강점이었던 주민조직화 역량과 현장 중심적 활동이었다. 제도화는 지역조직들로 하여금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기반을 갖게 했고, 지속적인 활동을 보장했던 반면, 안정적 재정기반이 정부지원이었기 때문에 야성을 점차 잃어갈 수밖에 없었다. 동물원에서 사육당한 호랑이는 맹수가 아니듯이.

 

지역운동의 역량을 소진시킨 것은 제도화만은 아니었다. 중앙지향적인 운동, 이 한국사회의 독특한 경향성도 지역운동의 역량을 소진시키는데, 한 몫을 했다. 그나마 어떠한 형태로든 사회운동을 계속했던 활동가들은 지역사회에서 자기비전을 찾지 못하고 중앙으로 몰렸다. 생계조차 보장하지 못했기에 지역단체는 활동가들을 잡지 못했다. 아무리 상대적으로 재원이 풍족해졌다하더라도 위탁받은 복지기관의 종사자가 아닌 이상 지역단체는 상근자의 생계를 보장하기 힘든 게 작금의 현실이기에. 그렇다고 딱히 확실한 비전도 제시할 수 없었고. 

 

지역사회와 지역운동은 상실의 시대를 넘어 복원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그렇다고 기간의 성과를 모두 버리고 모두 재야운동의 시절로 돌아가자고 할 수 없다. 그래서 더 어렵다. 제도화된 성과를 승계하면서도 지역 권력을 감시하고 주민을 조직하여 지역운동의 꽃을 다시 피우는 것이.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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