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승복을 한 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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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4.30

아름다운 승복을 한 민주노동당 

이주원

 

보수는 부패로 멸(滅)하고, 진보는 분열로 멸(滅)한다고 했다. 이 공식이 역사의 진리라면 4.29 재보선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이 승리의 열매를 따먹어야 했다. 한나라당의 상대 당들은 분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열, 정동영 당선자의 출마에 의한 민주당의 분열로 진보세력과 자유주의세력은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에 패했어야 했다. 더구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 친위세력이 저지른 뇌물스캔들까지 터져버려 진보와 자유주의 정당은 악재(분열)에 악재(부패)가 겹친 형국이었다. 

 

결과는 달랐다. 

 

분열된 진보는 후보단일화로 역사의 공식을 바꿨으며, 민주당은 노무현 뇌물스캔들과 정동영의 탈당 후 출마라는 분열 속에서도 수도권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미니 총선의 결과를 놓고 우익보수 논객인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또 다시 보수분열 구도가 재현되어 좌파후보가 당선될 것이란 악몽이 보인다. 4월29일 재보선 결과는 그런 악몽의 한 징조일 뿐"이라며 공황적 충격을 숨기지 못했다. 그가 보기에는 보수가 분열로 망하고, 진보가 단결로 이겼기 때문이다.

 

보수 분열의 1등 공신은 당연히 MB 계열이겠지만 진보 단결의 1등 공신을 누구일까? 당연히 민주노동당이 1등 공신록에 올라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의 맏형답게 울산 북구 후보단일화를 먼저 제안 했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후보단일화 논의는 꽤 있었지만 성공한 경험은 드물다. 김대중, 김영삼은 후보단일화에 실패하여 88년 대선 때, 87민주항쟁의 뜨거운 열기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군부독재 세력에게 헌납하지 않았던가. 정치의 속성상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강한 권력의지를 지닌 정치인이 국회의원 뺏지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울산 북구에서 민주노동당의 후보였던 김창현의 지지율을 보면 누구라도 선거 끝까지 가고 싶은 지지율이었다. 당시 분위기나 결과론적으로 보면 진보진영의 필패가 뻔했겠지만, 정치인의 속성상 강한 권력의지가 작용했다면 후보단일화는 무산되었을 것이다. 88년 대선 때의 김대중, 김영삼처럼. 

 

김창현 후보가 대의를 외면하고 사익을 추구하는 정치인이었다면, 아마도 후보단일화 결과를 승복하지 않고 선거를 강행하였을 것이다. 대의 앞에서 기득권을 내려놓은 김창현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명박과 박근혜가 일전을 겨룬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는 누구보다 억울했겠지만 결과에 승복했다. 덕분에 박근혜는 보수성향의 국민들에게 강한 지지를 받으며 여전히 유력한 대권 후보로서 튼튼한 위상을 갖고 있다. 당시 언론은 한국정치사에서 보기 힘든 아름다운 패배니 한국정치를 한 단계 성숙시켰다는 등의 화려한 찬가를 받쳤다. 

 

한나라당에 박근혜가 있다면 민주노동당에는 김창현이 있다. 보수언론이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역사의 공식을 한 순간에 바꿔버린 민주노동당의 강기갑 대표를 비롯한 당원들과 김창현에게 우리는 찬가를 받쳐야 한다.    

 

진보정당은 역사를 새로 써야 한다. 울산 북구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보는 단결로 승리한다’는 역사의 공식을 우리나라 정치사에 확립해야 한다. 대안적 정책 정당으로써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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