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에 대한 편견과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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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3.26

노숙인에 대한 편견과 진실

이주원

 

한국에서 노숙인 만큼 편견의 눈으로 보는 사회계층은 드물다. 현 경제 위기는 수많은 가정의 가장들과 청년들 그리고 심지어 한 가족 모두를 거리로 내몰고 있다. 그래서 노숙을 경험했거나 하고 있는 그들 혹은 그녀들에 대한 편견과 진실을 차분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편견 하나, “노숙인들은 일을 하지 않는 게으른 사람이다.” 

 

아니다. 노숙인들 대부분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건강하게 노동을 해왔으나 불의의 사고, 사업의 실패, 개인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사건의 발생 등으로 인해 삶에 대해 좌절한다. 이로 인해 가정이 무너지고 노숙이 장기화되면서 점차적으로 삶에 대한 의지를 잃게 된다. 그 결과 일할 수 있는 힘도 의욕도 잃게 되어 일반시민들과 같은 노동의욕을 갖게 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그래도 살아 보려는 의지가 있거나 노숙의 삶을 스스로 받아들인 노숙인들은 불안정하나마 쉼터에 입소하여 공공근로를 하기도 하고, 인력시장을 통해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하거나 식당 등에서 임시적이며 비정규적인 일을 한다. 가끔은 정규직을 얻어 당당하게 자활하는 이들도 있다.

 

편견 둘, “노숙인들은 스스로 노숙생활을 즐긴다.” 

 

아니다. 노숙인은 정부의 응급대책으로 만들어진 쉼터에서 생활하는 경우도 있고, 시설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말 그대로 노숙을 하면서 건설잡부 등의 일용노동을 통해 번 돈으로 15만원에서 20만원 정도의 월세를 주고 쪽방이나 여인숙을 생활하려한다. 웬만큼 숙련된 노숙인이라고 하더라도 거리에서 잠을 자는 것은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이다. 특히 추위 속에서 하는 노숙은 목숨을 내놓는 것과 마찬가지인 일종의 재난상황이다. 노숙을 즐긴다고, 당신도 겨울철 지하철 바닥에서 박스를 깔고 하루만 잠을 청해보면, 알 것이다. 과연 즐길 수 있는지. 

 

편견 셋, “일자리만 생기면 노숙인은 자활할 수 있다.” 

 

아니다. 노숙인들이 쪽방에서 거주하거나 쉼터에 입소하여 공공근로, 일용노동을 한다고 자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한국처럼 주거비가 많이 드는 사회에서 저렴한 주거를 공공이 제공하지 않는 한 자활은 너무 어려운 문제이다. 물론 일자리가 노숙인 자활의 전제조건이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의 제공이다. 그리고 노숙생활이 길어짐에 따라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은 손상을 입게 되고, 개인적인 수치심과 자책감 등이 겹쳐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어지는 것도 노숙인의 자활을 막는 장애물이다. 

 

편견 넷, “노숙 생활은 비난받을 만한 개인의 책임이다.” 

 

아니다. 노숙이라는 극한의 상황으로 사람이 내몰린 원인은 무척 다양하다. 하지만 가장 주요한 이유를 들라면 도시유목사회의 불평등한 사회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안정적이지 못한 고용상태의 노동자들은 부실한 사회안전망, 높은 주거비용으로 조금씩 사회로부터 내몰리고 있다. 이렇듯 노숙은 개인의 취약함에서 이유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그 취약함 역시 빈곤으로부터 연유하는 면이 많다. 물론 전적으로 구조 탓만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구조적 결함이 노숙인들의 생애사(生涯史)에서 보면 출발의 불평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편견 다섯, “노숙인들은 위험한 범죄자들이다.” 

 

아니다. 노숙인들은 위험한 범죄자들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범죄의 피해자가 쉽게 된다. 언론에서 보도되는 노숙인 관련 범죄 뉴스를 보면 많은 경우 노숙인들이 범죄에 이용당하거나 범죄 대상이 되곤 한다. 노숙인들 평범한 우리의 이웃일 뿐이다. 사회의 관심과 애정이 충분하다면 대다수의 노숙인들은 자활이 가능한 사람들이다. 더구나 그들은 결코 위험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범죄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오히려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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