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국] 비가 내린 자리에 생긴 물웅덩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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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21-05-26 13:35본문
성북구 행정주민센터 및 성북주거복지센터의 연계를 받아 물품이 필요한 분들을 빠르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행사 당일엔 비가 부슬부슬 내렸습니다. 준비한 것 중엔 손수 만든 비누가 있었는데, 덥고 습한 날씨에 굳지 않을까봐 마음 졸였습니다.
홍삼스틱, 삼계탕, 쿨토시와 손편지 등 준비한 물품을 넣고 포장한 박스는 각각 맡은 배달팀의 손에 쥐어졌습니다.
차는 막히고, 손엔 우산과 배달 물품이 가득하니, 배달하는 길이 얼마나 막막했을까요.
활동하셨던 모두가 골목골목 길이 좁아서 집을 찾기가 굉장히 어려웠다고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여느 때고 보아왔던 일반적이 집이 아니다 보니 처음에는 놀란 감정이 들었지만, 집 안에 살고 있는 어르신을 만나고 무심코 지나쳤던 곳곳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희 활동가들이 다녀온 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월곡동 내 쪽방에 사는 어르신을 만나 뵙기 위해 한 골목을 빙빙 돌아서 겨우 집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배달 전 전화를 드렸는데, 어르신이 반가운 마음에 마중을 나오지 않았다면 찾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어르신이 열심히 관리하려 한 흔적이 선명했음에도 밀집된 쪽방은 습한 날씨를 감당하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더군다나 방과 복도에 가득 찬 습기는 방역에 취약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비췄습니다.
저희가 얘기를 더 나누고픈 마음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알아채셨는지, 어르신은 배달지가 많이 남아있지 않냐며 얼른 다른 곳에도 가보라고 배웅해 주셨습니다.

문 턱이 없어 빗물을 막을 수 없는 집, 쪽방, 고시원 등이 산재한 골목길 뿐 아니라 우리가 흔히 아는 아파트에도 주거취약계층은 존재합니다.
신청자 중 매입임대아파트에서 생활하는 분이 계셨는데요, 소화기관 질환으로 섭취가 가능한 음식이 제한되고 의료 보조기를 항시 착용하여 거동이 매우 힘든 상태이지만, 말 그대로 사지는 ‘기능상’ 문제가 없기 때문에 활동 보조인이 배정되지 않아 생활하는 데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배달한 물품에 대해 직접 설명 드리고 조금이라도 닿기 쉬운 자리에 배치했습니다.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엔 물웅덩이가 즐비했습니다.
오목한 길거리 곳곳에 비가 내려 생긴 것이었지요. 그저 내리는 대로 정착한 것뿐인데 잔잔하고 편안해 보였습니다.
행사가 끝난 후, 몇 차례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저희가 준비한 물품이 잘 맞는다며 제품명을 묻기도 하셨고, 덕분에 어렵지 않게 끼니 해결을 할 수 있었다고 말씀해주시는 어르신도 계셨습니다. 또한 ‘나보다 살기 힘든 사람도 있는데 이렇게 찾아와줘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른 이웃을 잊지 않고 챙겨주시니 저희로선 감사하기만 했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은 비가 그쳤지만, 저는 배달할 때 보았던 물웅덩이를 기억합니다. 어디에 머물더라도 편하고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는 삶을, 우리는 쉽게 상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눔과미래는 차등 없이 모두가 이러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주거권 옹호를 위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높여갈 것입니다 :)
나눔과미래 사무국 유지예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