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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 세상에서 가장 긴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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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22-07-20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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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눔과미래는 성북구 내 주거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00년부터 보문/안암동 인근의 홀로 어르신 밑반찬지원사업을 진행했고, 최근까지도 성북구청의 보조금을 연계하여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해왔습니다. 2021년부터 생활 안정 및 영양지원을 위해 지원 가구 수를 늘리고, 연례행사로 연 2회 지원을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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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겨울, 짤막했던 봄을 지나 다시 무더운 여름을 맞이했습니다. 여름과 겨울은 열악한 거주 환경에 놓인 분들이 힘겹게 견뎌내는 계절입니다.

나눔과미래는 여름을 맞아 지난 716, 17일 양일간 주거취약계층 여름나기 나눔행사 동행을 진행했습니다. 예산에 따라 물품을 배분하고, 물품을 받으실 분들에게 보낼 편지 내용을 구성합니다. 자원활동가분들과 포장을 하기 전에 미리 전달받으실 분들에게 전화를 드립니다.


세상에서 가장 길다고 느낀 기다림은 아마도, 이 통화 연결음 입니다. 어르신들께서 소리를 잘 듣지 못해 벨소리를 못 듣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통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셔서 받지 못하시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입원중이거나 부재중이신 어르신이 열댓 분 계셨습니다. 직접 뵐 수 있기를 바라며 배달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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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트 포장 및 편지를 쓰는 자원활동팀 


어르신, 지금 만나러 갈게요


10시에 모인 나눔과미래 자원활동팀은 라면처럼 끓여 드실 수 있는 잔치국수, 영양을 보충해 줄 전복미역국, 삼계죽등을 배분해 포장했습니다. 어르신의 이름이 하나하나 새겨진 손편지를 작성해 마지막으로 상자를 밀봉합니다. 매번 드리는 카네이션 모양의 비누와 손편지가 기억에 남는다는 자원활동가 분도 계셨습니다. 어르신께 드리는 편지니 큰 글씨로 작성하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받아 다음 엽서는 크게 주문해볼까 합니다. :)


아침에 내렸던 비는 배달 나가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어느새 그쳤고 어르신들께서는 시간에 맞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 어르신께서는 작년에 나눔과미래에서 드린 편지를 벽에 붙여놓고 지내신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더운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어르신 모두가 밝은 얼굴로 맞이해 주셨습니다. 행정복지센터에서 연계해주신 몇몇 가구는 가구 상황도 좋지 않았고, 냉방기구가 없어서 자원 활동가 분들께서 관련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전달해주셨습니다. 임시라도 여름나기 키트에 있는 쿨스카프가 도움이 되길 바랐습니다. 집은 부담 가능하고 머무르고 싶은 곳이어야 하니 자원활동가분들이 전달해주신 가구상황은 행정복지센터 및 주거복지센터에 공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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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대면으로 전달된 여름나기 키트
 

소식이 닿기를


작년부터 방문했던 한 가구는, 어르신이 귀가 좋지 않으셨습니다. 안에서 텔레비전 소리와 핸드폰 벨소리가 동시에 들리는데 전혀 전화를 받지 않아 내부 인기척에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결국 문을 엄청 세게 두드린 뒤에야 어르신을 뵐 수 있었습니다. 직접 만나 뵙고서야 한숨 돌릴 수 있었습니다오래 전부터 방문해 도시락을 전달 드렸던 한 가구는 전화를 받지 않아 이웃 분께 안부를 묻고 물품을 대신 전달 드렸습니다. 병원에 입원 중이셔서 전화를 못 받았다고 하셨습니다. 역시나 한숨 돌렸습니다.

배달 전 후로 연락이 계속 닿지 않았던 두 가구 정도 있습니다. 이번 여름나기 물품은 냉장/냉동보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대면으로 전달 드렸습니다. 행사가 끝난 뒤인 지금까지도 전화연결을 시도해보고 있지만 소식이 없습니다.


부재중을 이제야 봤다고, 연락주시기를. 기다림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다림의 의미


나눔과미래에서 만나는 분들은 성북구 내 주거취약계층에 해당하고, 고령이면서 혼자 사시는 분들이기도 합니다. 식사도 홀로 챙겨야 해서 소홀한 경우가 많고, 무엇보다 정서적인 외로움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자원활동가와 함께 직접 만나 뵙고 영양적인 결핍과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데에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한 우유 업체는, 홀로 어르신의 건강을 위해 매일 우유를 배달하고 전날 배달한 우유가 남아있을 경우 관공서나 가족에게 연락해 고독사를 예방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이 캠페인처럼 자주는 아니더라도 나눔과미래는 정기적으로 어르신들을 뵙고 주거 및 건강 상황을 확인하고 연계 기관에 공유함으로써 마음 한 편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채워드리려 합니다.

 

, 저는 배달할 때 우산을 잃어버렸습니다. 대상지로 향하는 버스의 정착역에서 정신없이 내렸고, 내리기가 무섭게 갑자기 비가 쏟아졌습니다. 쏟아지고 난 후에야 우산이란 중요한 존재를 놓고 내렸다는 걸 알아챘습니다. 잠시 어느 건물 지붕 밑으로 비를 피한 후 어르신께 달려갔습니다. 제가 놓고 내린 우산도 긴 기다림 끝에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갔을까요? 좋은 소식으로 다시 만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 기다림을 위해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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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동이 끝난 후 단체사진 




나눔과미래 사무국 유지예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