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에게도 치료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2008.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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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08 16:29본문
2008.7.14
정은영
7월 10일 전화가 왔습니다.
구로디지털단지에 취직이 되었다고 아침을여는집을 퇴소하신 김동만 아저씨였습니다.
취업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회사를 그만두게 되어 다시 입소할 수 있느냐는 전화였습니다.
어서 들어오시라고,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자고..
그 2시간 후 어느대학에서 운영하는 구로병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동만이 아저씨가 그 병원에 있다는 전화였습니다.
사무실에서 구로동까지 한달음에 달려가고 싶었지만, 멀고도 먼길..
병원에 도착하니 8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동만이 아저씨를 찾아 응급실에 들어가 그 분을 본 순간,
눈물이 났습니다. 화가 났습니다.
피가 흐르고 흘러 얼굴을 뒤덮고 목으로, 팔을 타고 흘러
얼굴과 목과 손과 팔과 그리고 옷가지가 온통 피범벅이었습니다.
정황상으로 안경알이 깨어지면서 다친 것 같다고 합니다.
깨진 조각이 눈에 들어가면 큰일 나는 것이지요.
병원에서는 간단한 응급치료는 했다고 합니다.
그뿐이었습니다. 의료진이 뛰어나 검사를 하지 않아도 눈의 안전을 알 수 있는지는 몰라도 피는 피대로 흐르고 옷은 피에 함빡 젖어.. 그 멋쩍은 웃음으로 음악을 듣던 아저씨의 모습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단지 행려자의 모습으로 일반인들이 기피할 법한 피칠한 모습으로 그 곳에 있도록 방치한 병원이 고맙지는 않았습니다.
급한대로 휴지를 물어적셔 피묻은 손을 닦았습니다.
한번, 두번, 세번, 네번..
손을 닦고, 또 손을 닦고 또 손을 닦고 그리고 목을 얼굴을..
그렇게 닦고보니, 아침을여는집에 있는 그 분이 맞더이다.
마르디 마른 피를 닦는 동안 미안해하며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니 그 분이 맞더이다..
모대학 구로병원에 있는 동안, 의사는 볼 수 없었습니다.
쫓아가니, 이러이러한 처방을 했다는 통보만 해주었습니다.
돈을 내지 않으면 더 이상의 치료는 할 수 없다는 것을 극명히 보여주는 처사였습니다.
(그 대학병원 건물에는 크게 '인간을 먼저 생각하는 참병원'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습니다.)
화도 나지 않았습니다. 우선 동만이 아저씨의 치료가 시급하니까요..
아직 40대 중반인 아저씨의 눈을 잃으면 어떡하나 그 걱정이 앞섰으니까요..
신림동에 있는 시립모대학병원을 갔습니다.
가슴이 뜁니다. 여기서도 그렇게 박대하면 어쩌나..
치료비가 한 두푼이 아닐텐데..
마음졸이며 들어갔습니다.
간호사가 어떻게 이렇게 되었냐고 묻습니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이러저러하다고 들었다며 상황을 설명하고 구로에 있는 병원에서 있었던 일도 (여기서도 퇴짜맞으면 어쩌나싶어) 이야기하였습니다.
아직도 그 간호사의 한마디가 귓가에 울립니다.
"당연히 치료받으셔야죠~"
그 분에게는 당연할지 모르지만, 이미 한번의 경험을 한, 아니 그 이전에 여러번 경험을 한 저희로서는 구원과도 같은 소리였습니다.
다행히도 동만이 아저씨는 눈이 다치지 않고 눈 아랫부분의 얇디얇은 살이 찢어진 것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멋쩍어하며 토요일 아침을여는집으로 오셨습니다.
눈에는 멍이, 눈 아래에는 꿰맨자국이.. 이제 괜찮다는 듯 부끄러워하셨습니다.
가난한 사람에게도 죽지 않을 권리는 있습니다.
의사에게는 아픈 사람을 치료할 의무가 있습니다.
점점 당연한 것들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