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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에게 죽음의 늪으로 다가오는 '명의도용' [예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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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0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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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이 왜 집과 가족을 잃고 왜 거리에서 생활하게 된 것일까?’ 라는 물음에 대해 여러 답이 있을 것이다. 이중 항상 빠지지 않고 꼽히는 것이 신용불량 문제이다. 신용불량으로 채권추심행위가 생기면 우리의 정서 상 ‘빚진 죄인’으로 되는 것이 당연하며, 더 이상 갚지 못할 사정이 된다면 모든 것을 버려둔 채 빈 몸으로 거리생활을 하게 된다. IMF 당시 노숙인 문제가 발생한 것이 실직의 문제였다면, 2000년대 초반 또다시 많은 노숙인이 생긴 것은 신용불량자 500만명이라는 발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문제가 크게 작용했으리라 본다. 

그래서 2006년부터 지자체 및 노숙인 복지시설을 중심으로 파산면책, 워크아웃 등의 신용회복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지금까지 1000명이 넘는 노숙인의 신용문제를 해결하여 그들의 자립을 도왔다. 하지만 이곳에도 사각지대가 있는 것이 바로 명의도용 문제이다. 명의도용은 일명 ‘바지사장’, ‘대포차’, ‘대포폰’ 등의 이름으로 더 유명한데 말 그대로 자신의 명의를 타인에게 빌려주어 사업장, 차, 핸드폰 등을 개설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행위는 당연히 전부 불법으로 문제는 여기서 시작한다. 명의를 빌려주는 것은 불법행위로 이는 피해자, 가해자 쌍방 모두의 과실이 있기에 피해자들의 신용회복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보통 가해자의 경우 행방이 묘연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가해자를 찾을 수 없어, 혹은 특정할 수 없어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  

박씨(66세)는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다가 사업실패와 이혼 등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심근경색이 발병하여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쓸쓸한 병실에서의 유일한 낙은 같이 입원해 있던 사람을 찾아오던 OOO였다. 계속된 아픔으로 실의에 빠져 있었지만, 가족처럼 이것저것 챙겨주는 그에게 너무도 고마웠고, 그의 성격도 마음에 들어서 1년 이상 계속 만남을 이어갔다. 퇴원 후 박씨에게는 남은 게 아무 것도 없었다. 그렇게 노숙생활을 시작하던 중 OOO가 설비업체를 여는데 명의를 빌려 달라고 해 마음에 걸리기는 하였지만 그동안 그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마워서 승낙하고, 일명 ‘바지사장’이 되었습니다. 그 후로도 그는 박씨가 있는 거리를 찾아와 사업에 필요하다며, 카드, 대출, 대포차까지 해달라고 하였고 이미 그의 모든 것을 신뢰하던 박씨는 그때마다 선뜻 해주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갑자기 그가 사라지게 되었고 명의를 빌려준 업체를 찾아가 봐도 문이 닫힌 지 오래였다. 그후 박씨는 노숙인시설에 입소하였고 주소를 살려 쉼터로 옮기자마자 독촉장이 날아오고, 어느 날 경찰이 찾아와 자세한 조사를 받게 되었다. 조사에서 OOO는 이미 박씨와 같은 피해자가 여럿 있는 사기꾼으로 박씨가 당시 입은 피해금액은 무려 47억원이었다고 한다. 다만 OOO의 행방을 찾을 수 없어 지금도 거액의 빚을 짊어지고 살고 있는 형편이다. 

위 사례에서 박씨와 같이 모든 것을 잃어버린 채 채념한 상태에서 달콤한 말로 다가오고, 또한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에게 접근했다고 하면 어느 누가 넘어가지 않을 것인가? 설령 백번 양보한다고 해도 박씨가 과연 47억원이라는 거금을 갚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파산면책 등의 신용회복 프로그램도 전혀 되지 않는 상태에서 이미 고령에, 건강까지 잃은 그에게 ‘명의도용은 쌍방의 과실이기에 당신에게도 일정 정도 책임이 있다. 그러니 가해자를 찾아오거나 빚을 갚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당신에게 짐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라고 말해야 하는가? 

현재 박씨는 파산면책을 위해 서류를 다 작성하고 제출하였지만 이 문제로 서류제출도 못한 상태다. 처음 대규모 신용불량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해결책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이 문제로 아파하고 있음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게 되자 개인파산면책과 제도적 보완이 있지 않았는가! 그렇게 본다면 지금은 명의도용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