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임대주택 입주자 : 끝과 시작, 그리고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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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13 09:38본문
끝과 시작, 그리고 이어짐
지난 2012년 9월 젊은 30대의 젊은 청년이 아침을여는집을 찾았다. 더 이상 가족과 함께 살 수 없었던 정재(가명)씨는 집을 떠난 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갑상선 질병까지 앓게 되었다. 평생 해오던 건설업계에서의 일을 계속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 지인의 소개로 어렵게 노숙인 자활쉼터로 발걸음을 옮긴 것이다.
쉼터에서의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 그런지 크고 작은 마찰들이 일어나곤 했다. 하지만 정재씨는 목표가 있었다.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 일자리를 찾아 당당하게 독립하리라..’ 매일 다짐했다.
적을 두고 생활할 곳이 있다는 사실은 몸과 마음의 안정을 찾아주었다. 갑상선 질병도 어느 정도 회복되어 다시 일을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회복되었다. 일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자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었다.가까운 곳 먼 곳을 가리지 않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어느 곳에서건 최선을 다했다.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도취되기에는 아직 남은 목표가 있었다. 당당한 독립. 그리고 반쪽과의 결혼.일을 하며 생긴 수입은 어떻게든 저축을 하려 노력했다. 독립을 위해서는 살 곳, 살 집이 있어야 했다. 안락한 자신만의 공간, 가족을 꾸려 생활 할 수 있을 공간. 그 공간을 위해 하루하루 땀흘려 노력하였다.
결국 2014년 2월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게 되었다. 끝이자 시작의 순간이었다. 쉼터 생활의 끝, 그리고 새로운 삶의 시작. 다음은 정재씨가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며 직접 남긴 글이다.
소정재(가명, 매입임대주택 계약자)
막막한 고난의 시간 속에 내일이란 단어도 희망도 없었던 지난 시절 되돌아보면 생각하기도 아찔했던 3년의 시간. 지인의 소개로 2012년 말 아침을여는집에 입소를 하게 되었다. 처음엔 낯설고 내 자신이 몸이 병든 것보다 내가 여기 있다는 현실이 더 창피하게만 느껴지는 어리석은 생각 속에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마음뿐이었지만, 따듯하게 맞이해주는 쉼터 식구들,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사람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공간 속에 사랑과 진심으로 걱정해주시는 오범석 소장님과 관리자분들의 걱정 어린 보살핌과 애정, 그로인해 나의 일그러진 생각을 희망이란 단어로, 하루하루의 소중함과 진실로 내가 살아있다는 의미를 깨우쳐 주셔서 쉼터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 비록 일용직이란 직업이라도 당당하고 열심히 사는 법을 배워 쉼터 생활 1년 8개월이란 시간 속에 임대주택을 얻어 당당하게 독립을 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쁘다. 쉼터가족과 관리자분들께 다시금 감사드리며 다시는 모든 분들에 누를 끼치지 않는 삶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볼 것이다.
끝과 시작은 마치 ‘단절’의 느낌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한 사람의 태어남과 죽음 이외에는 칼로 자른 듯 끝과 시작을 나눌 수 없듯, 삶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러한 ‘이어짐’을 알게 해 준 것은 쉼터 식구들과의 재회였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약 2년간 쉼터에서 동고동락했던 가족과 같은 사람들과의 재회는 새로운 시작이 아닌 이어짐의 삶을 경험케 하는 시간이었다. 새로운 집에 정착한 기념으로 쉼터 식구들을 초대하여 집들이를 가졌다. 다음은 집들이에 참여한 쉼터 가족의 말이다.
이낙호(가명, 쉼터 입소인)
집들이를 가기 위해 가파른 경사면을 올라가는 것은 힘들었지만 집 안은 깨끗하고 좋아보였다. 자신만의 집,자신만의 공간이 있는 것을 보니 편해보였다. 새 출발을 하는 형에게 한 마디 하고 싶다. “이제 돈 많이 벌어서 집을 구입하시라!”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