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자산화] 자립준비청년 주거지원서비스에 대한 혁신의 가능성, 사회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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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22-12-27 17:51본문

이제 20살이 갓 넘은 청년이 LH전세임대 지원을 받으며 주거지를 찾게 된다. 가장 좋은 주거지원은 LH전세임대라는 공감대가 이미 또래들 사이에 있다. 막 사회에 발을 내딛은 이들에게 LH전세임대 지원도, 임대차계약도 쉽지 않다. 시설에서 받은 교육은 그다지 실효성이 없는 것 같고, LH, 집주인, 공인중개사와 소통하는 절차도 까다롭다. 게다가 “부끄러웠던” 집단생활은 “독립심이 강하고, 예민한” 내 성격과 안 맞기에 나에게 딱 맞는 주택을 찾고 싶다. 출퇴근도 편해야하고, 친구들과 노는 것도 쉬워야 한다. 길게는 서너 달 동안 부동산을 전전하며 매주 서너 개씩 집을 찾아다닌다.
대충 할 수는 없다. LH전세임대를 지원받을 수 있는 시간은 퇴소 이후 5년까지고 연장도 3회로 한정되어 있다. 이왕이면 단번에 만족스러운 집에 들어가서 6년까지 최대한 안정감 있게 살아야 한다. LH전세임대로 계약을 맺겠다고 얘기하긴 하지만, 임대인, 공인중개사들이 자신을 불쌍한 사람으로 보는 것 같아서 마음 한 켠,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감내해야할 일”인데. 누구누구는 LH전세임대를 정확하게 몰라 이사 과정에서 “못된 집주인”에게 무시당한 적도 있다고 한다. 이사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금전적 손해를 보기도 했단다.
1억2천만원 규모의 전세보증금을 저리로 대출해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서울에서 LH전세임대 지원이 가능한 주택들은 연식 있는 다세대, 다가구 빌라들이다. 신축은 전세로 잘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LH 지원이 가능하다고 해도, 비지원자에게 경쟁력에서 밀린다. 우야곡절 끝에 들어온 집은 꽤 낡아 고장이 잦고 벌레, 곰팡이들이 출몰한다. 투박한 화장실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현 상황에서 나에게 가장 알맞은 집을 선택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집이 넓다는 것이다. “작게 나오는 신축보다 차라리 넓은 옛날 집”이 낫다. 시설에서 공동체 생활은 지긋지긋하게 겪었다. 집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어야 한다. 이 집을 구하느라 그렇게 고생을 하지 않았던가. 집에선 누군가와 “마음을 맞출 필요”가 없다. 빈약한 원가정과의 관계처럼 집에 대한 상상력도 빈곤할 수밖에 없다.
보호종료가 끝나고 시설을 떠날 때 자립준비청년들이 겪게 되는 현실이다. 자립준비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주거복지정책은 문재인 정권 시기 크게 향상되었다. 「사회통합형 주거사다리 구축을 위한 주거복지로드맵」, 「보호종료아동 지원강화 방안」를 발표하여 자립준비전담기관을 정비하고, 자립수당, 자립정착금, 주거지원통합서비스 등 지원체계를 고도화해나갔다. 정권이 교체되었지만 2022년 11월에 발표된 「자립준비청년 지원 보완대책」을 봤을 때, 해당 기조는 크게 변화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전정권의 기조를 국가주도 복지전달체계로 비판하고, 현 정권의 기조는 민관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구별점을 두긴 했지만, 사실 예전부터 ‘아름다운재단’,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다양한 복지기관과 ‘삼성’, ‘포스코’, ‘카카오그룹’ 등과 같은 유수의 기업들이 지원체계망을 촘촘히 구축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2022년 연말, 수많은 기업들이 경쟁이라도 하듯이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후원소식을 내보내고 있다. 현 행정부의 행보도 적극적이다.


민간부문 자립준비청년 사업 주요현황, 12월 초 기준이었다.
주거복지의 관점에서, 「주거복지로드맵」에 명시된 바처럼 기존 공급자 중심의 주거복지서비스는 “생애단계별·소득수준별 수요자 중심의 종합적인 지원과 사회통합형 주거정책”으로 변화했다. 자립준비청년들이 스스로 자신의 필요에 맞는 주거지를 선택하게 되는 ‘LH전세임대 지원’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그러다보니 자립준비청년의 복지제도와 관련해서 새로운 현안들이 생겨났다. 앞서 말한 임대차계약과정에서 자립준비청년이 겪는 어려움, 사회적낙인의 내재화, 집에 대한 빈곤한 상상력 등뿐만 아니라, 넓은 평수를 가진 LH전세임대주택에 친·인척이나 또래친구들이 얹혀 동거하는 현상도 파악된다. 자립준비청년들은 자신의 가구, 가전기기들을 늘려나가고, 반려동물을 키우기도 한다. LH전세임대 종료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 자신의 소득수준에 따라 청년지원정책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에 민간 주거복지서비스는 수요자중심의 주거정책에 맞는 새로운 전달체계를 구축해야할 과제를 안게 된다. 현재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민간이 지원하는 주거서비스 중 가장 고도화된 것으로 보이는 <희망디딤돌센터>는 일종의 시설인 ‘자립생활관’의 업그레이드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회주택 또한 마찬가지이다. 저렴한 임대료, 잘 관리되고 있는 설비, 커뮤니티 등 사회주택이 가지고 있는 강점은 LH전세임대 주택 앞에서 정확히 퇴색된다. 자립준비청년들은 자신만의 수요를 위해 노후화된 주택의 단점을 스스로 감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상만을 봤을 때, 주택 공급은 공공 영역이, 기금을 통한 서비스 전달은 민간 영역이 맡게 될 것 같다. 그렇다면 LH전세임대 지원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개선하기에 요원하다.
복지서비스의 고도화·내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보호종료 후 LH전세임대를 지원하기 전단계로, 일반청년들과 자립준비청년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사회주택을 제안하고 싶다. 시설과 다른 ‘느슨한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심리적 안정감, 깊은 유대감을 바탕으로 임대차계약, 청년정책을 설명해주는 ‘커뮤니티 매니저’의 존재, 당사자로서 다른 자립준비청년을 지지해줄 수 있는 주체, 때로는 사회적경제주체로까지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고도화된 ‘정서적 자립’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위해선 복지제도의 혁신에 대한 관점에서의 법제 개선이 필수적이다. 아동복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호종료 추가연장’과 관련된 부분이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18세를 기점으로 보호아동의 보호조치가 종료된다. 그러나 보호아동이 원할 경우, 보호기간을 25세까지 연장해야한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한 경우 보호기간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는데, 개인의 진로, 근로현황을 개선하기 위한 지원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대학, 직업훈련, 취업준비 등의 이유이다. 이를 ‘청년정책에 대한 체험’, 또는 ‘창업을 위한 일자리 경험’까지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정책 기조도 긍정적이다. 「지원보완대책」은 보호종료연장 시기에 특화된 자립지원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보호종료연장아동을 대상으로 한 청년지원서비스 연계, 생계급여의 직접지원 등은 사회주택 지원서비스 전달체계와 연계될 수 있다.
「지원보완대책」은 주거복지와 관련해서 전세임대 무상지원 기간을 만 20세 이하에 만 22세 이하로 확대하려는 계획을 명시했다. 현행 복지제도를 기반으로 개선하려 하니, 전세임대에 대한 비용 또는 부담을 낮춰주는 접근을 취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LH전세임대 지원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새롭게 나타나게 된 다양한 현상들을 볼 때, 서비스에 대해 무작정 비용을 낮춰주는 접근법은 충분하지 않다. 글에서 제안하는 바처럼 혁신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전세임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되 보호연장아동에 대한 지원을 두텁게 하여 전세임대 지원의 실효성을 높여주는 방향을 병행하는 것이 더 적합한 접근법이라 판단된다.

지역자산화협동조합 류민수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