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국]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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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22-12-15 13:48본문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매년 12월엔 열악한 거처에서 삶을 마감한 홈리스를 추모하는 ‘홈리스추모제’가 열립니다. 나눔과미래는 홈리스추모제 기획단 안에서도 ‘주거팀’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거팀은 동자동을 비롯한 쪽방지역의 공공주택 사업 추진 요구 및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 창신동 쪽방지역의 주민 사전퇴거 중단 및 재정착 요구 등 주거에 관련된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주거팀 활동을 하다보면 열악한 주거환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특히 공공개발을 하겠다고 발표된 지 2년 가까이 된 동자동 주민분들은 쪽방에서 생활하시며 죽기 전에 공공임대에 들어갈 수 있을지 한탄하시기도 합니다.
올해 여름엔 반지하 침수로 관악구와 동작구에서 총 네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이후 서울시는 ‘반지하 전면 금지’ 정책을 내세웠고 정부는 이러한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반지하 전면 금지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이번 수해는 단순히 반지하라서 생긴 재해가 아닌 사회적 참사이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여인숙, 고시원 등 '반지하가 아닌' 열악한 주거지를 떠올려봅니다. 반지하 거주민이 단지 지상으로 올라간다면, 이를 주거상향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갖고 있는 보증금으로는 다시 열악한 주거지를 전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이 부담 가능한 주거환경으로 이동하기 위해선 공공임대주택이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2023년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무려 5조 7천억 원이나 삭감했습니다. 연이은 고시원 화재 참사, 반지하 침수 참사 등의 문제가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정상화'라고 하며 정당화시키는 것은 결국 해결할 의지가 없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예산 5조 7천억 원을 돌려받기 위해 나눔과미래를 비롯한 주거권 및 반빈곤운동단체들이 예산 삭감에 반대하며 국회 앞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농성 단체 활동가들은 예결위 의원에게 예산안 관련 의견서 및 면담요청서를 전달했습니다. 이에 예결소위에서 공공임대 예산 5조 7천억 원 복구안이 의결되었고, 현재 예결특위와 국회 본회를 통과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꺾이지 않는 우리가 이곳에 있습니다
농성장을 설치할 때 저는 현장에 없었지만, 경찰과의 대치로 굉장히 위험했다고 합니다. 일주일에도 몇 번씩 계도장이 와서 아예 벽 한 편에 모아서 붙여놨습니다. 그럼에도 농성장은 설치됐고, 농성장 안엔 사람이 있습니다.
나눔과미래도 21일 월요일(36일차), 28일(43일차) 월요일에 농성장을 지켰습니다. 날씨는 흐려도, 농성장 안은 따뜻했습니다. 지지의 말이 담긴 포스트잇이 농성장 벽 한 편을 채우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의 손을 탄 방명록은 쭈글쭈글 부풀어 올라있었습니다. 발전기 기름 냄새와 연대의 뜻으로 넣어주신 달큰한 간식 냄새가 섞여 옛날 시골집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을 때쯤에 하루에 총 세 번 1인 시위를 했고, 밖에 지나다니는 분들이 계시면 유인물을 나눠 드렸습니다. 농성장이 항상 복작한 것은 아니다보니 방문해주신 분들의 얼굴을 보면 괜스레 힘이 납니다. 이 날 천막을 방문해주신 한 시민 분께서는 청년들과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를 확보하는 것은 더불어 우리와 우리 자녀에게도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지나가는 길에 한 번 들러보려고 했는데 놓치지 않고 들러서 다행이라고 하셨습니다. 퇴근시간대에 들러주시는 시민 분, 주변 농성장 활동가 분들과 투쟁으로 인사하기도 했습니다.
잠을 자면서 떨어지는 새벽비에 천막이 무너질까 노심초사 했지만 철야를 마친 후 천막 밖으로 나온 뒤 맞은 공기는 참 신선했습니다. 열심히 꾸미고 세운 농성장이지만 역시 천막에서 자는 것은 다소 어려움을 동반합니다. 시간이 지나 12월이 되었고,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있습니다. 농성단은 예산 복구가 확정될 때까지는 계속 그 자리에서 숙식을 해결할 예정입니다.

요즘 ‘꺾이지 않는 마음’이 우리나라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어느 곳에나 적용될 수 있는 말이지만, 역시 시민사회운동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말 같습니다. 공공임대 농성단은 끝까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농성장을 지킵니다. 집이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많은 지지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팔지마 공공의 땅, 내놔라 공공임대!
사무국 유지예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