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마을] 따뜻한 볕 아래 활짝 피운 나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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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22-11-30 12:14본문
※ 신내동 사회적주택은 청년들이 입주해 살고 있는 셰어하우스로, 주변 시세의 50% 이하의 임대료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공공임대주택의 성격을 가진 만큼 LH 소득 자산 조사를 마친 청년들만 입주할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나눔과미래 유지예 활동가입니다.
신내동 청년마을은 입주민들이 *모떠꿈사업으로 옥상에 전구와 잔디, 평상을 놓아 꾸며놨지만 코로나 등으로 모임이 축소되다 보니 발걸음도 자연스레 끊겼습니다. 이러한 옥상을 눈 여겨 본 한 사람, 신내동 청년마을 입주민인 김소현님은 방치된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었습니다. 공동체와 함께 사는 공간을 주체적으로 꾸미는 힘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을까요?

옥상가드닝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식물을 키우게 된 것은, 2년 전 집을 나와 독립하고 난 후부터였어요. 인테리어를 위해 자연스레 화분을 하나, 둘 사다보니 어느새 화분이 늘었어요. 그렇게 키우기 1년여쯤 지났을까? 문득 ‘옥상에 두면 더 확실하게 잘 자랄텐데...’ 싶더라구요. 옥상에 오고 가는 사람이 없고, 방치된 채 공간 활요이 전혀 안 되고 있어서 나도 공간을 조금 써볼까 생각하게 된 게 옥상 가드닝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옥상은 공용공간이라 사용하는 데에 입주민분들과의 소통이 중요했을 것 같아요.
"옥상에 올라오는 사람들이 극히 일부다 보니, 잔디매트엔 곰팡이가 피고 평상을 만들고 남은 목재들엔 거미줄이 가득했어요. '아, 정말 누가 나서지 않으면 관리가 영영 안 되겠구나' 싶어 제가 먼저 나선 거예요. 옥상 바닥을 청소하고 정원을 꾸며놓으니 운동을 하러 오시는 분도 생기고, 조용히 식물을 보다 가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점차 이웃분들과 우연히 마주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소통의 장소로 변화했어요.

옥상정원의 꽃들은 꽃병에 담아 2층의 커뮤니티 정수기 위에 올려두면 입주민 단톡방에서 꽃이 너무 예쁘다며 칭찬을 해주시기도 하고 가든인이르 식물교환을 하기도 했어요. 청년주택에서 옥상정원을 가꿀 수 있어서 이웃들과 가드닝의 행복을 더 잘 나눌 수 있었고. 소소하게 기분 좋은 일들이 참 많았던 것 같아요"
소현님의 옥상가드닝이 특별한 이유는, 식물을 키우는 방식에도 있습니다. 꿀벌과 사람, 반려동물과 유익 곤충들에게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식물을 키워내 식물 면역력에도 좋고, 자름새도 다르다고 합니다.
친환경 미생물로 방역한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가꾸고 계실까요?
“저는 *EM용액을 식물에 주기적으로 뿌려줘 친환경적인 가드닝을 하고 있어요. EM용액은 Effective Microorganism 즉 ‘유한 미생물’이란 뜻이에요. 효모, 유산균, 누룩균, 광합성세균 등 인류가 오래 전부터 식품의 발효 등에 이용해 왔던 80여 종의 미생물이 들어 있는 살아있는 식물 영양제라고 합니다. 잘 보존된 숲에 가면 흙 냄새, 비 냄새와 같은 기분 좋은 냄새가 나잖아요? 사실 그게 다 미생물 때문이거든요. 미생물들이 생존활동을 하며 여러 화합물을 분해한 후 내뿜는 곰팡이와 같은 물질이 풍기는 냄새랍니다.
방제약 및 식물 영양제를 고민하고 계신다면, 저는 제일 먼저 이 용액을 희석해 사용하길 추천드립니다”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했나요?
“직접 온실을 만들었어요. 대학교 때 가구나 전시 디자인을 해본 적이 있었거든요. 무작정 스케치만 들고 가서 을지로 목공소 아저씨에게 견적상담도 받아보았는데.. 결과적으로는 잘 안 됐어요. 그래서 직접 해보자는 생각으로 3D 프로그램으로 모델링을 하고, 목재를 주문했어요. 조만간 시즌2 온실을 만들어 보려구요! 또, 지역 커뮤니티 센터에 꽃을 나눠 드리기도 했습니다.”
지역 커뮤니티 센터는 어떤 곳인가요? 어떻게 인연이 닿게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빌라 바로 앞에 있는 ‘딩가동 1번지’라는 곳에 꽃다발 나눔을 간 적이 있어요. 그 곳은 ‘중랑구 청소년 커뮤니티 공간’으로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귀여운 아이들이 그 공간에서 다양한 여가활동을 해요. 딩가동 1번지 운영 선생님과 교복 입은 아이들이 초인종을 하나하나 누르며 추석을 맞이해 아이들의 장난 소리가 시끄러울 수 있는데 항상 양해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떡을 돌리시더라고요. 사실 아이들은 언제나 시끄럽고 발랄한 게 당연한 것인데, 그 마음이 너무 예뻐 조금의 보답을 하고 싶었죠.
그래서 그 다음날인가. 백일홍, 다알리아, 구절초 등을 손질해 꽃다발을 만들어 찾아갔어요. 다같이 보고 즐겼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요. 약 일주일간 건물 앞을 지날 때마다 창가에 올려진 꽃다발을 볼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건강한 식물이 있는 곳엔 항상 따뜻한 햇볕이 있습니다. 소현님은 가드닝 뿐만 아니라 신내동 사회적주택에 따뜻한 볕이 드는 소통의 장을 선물해 주셨어요.
옥상정원 덕분에 친구들과 옥상정원에서 노을을 보며 치킨도 먹고, 빌라 사람들과 식물을 매개로 한두 마디씩 더 나누는 등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지내고 있습니다.
소현님은 반려식물로 잎 무늬가 레이스처럼 생겨 레이스 라벤더라고도 불려지는 ‘피나타 라벤더’를 추천해 주셨습니다. 햇빛을 좋아하고 통풍을 매우 신경써줘야 하는 까다로운 친구지만 향기도 좋고, 일 년 내내 우아한 보랏빛 꽃을 피어 주기도 한다네요. 또한 줄기를 잘라 흙에 꽂아두면 그 상태에서 또 뿌리를 내린다고 합니다. 존재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피나타 라벤더와 소현님은 참 닮았습니다 :)
* 모떠꿈: 모이고 떠들고 꿈꾸자
사진 사회적주택 입주민 김소현님
인터뷰 사무국 양순화
글 편집 사무국 유지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