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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지역자활센터] "완벽한 여정이었다. 한 번 더 할 수 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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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22-10-2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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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been a perfect journey.”


 얼마 전, 담당하고 있는 편의점 사업단 분들과 함께 워크숍 겸 간담회로 난지공원 캠핑장을 찾았습니다. 코로나 이후 3년여 만에 날씨도 화창하고 좋으니 야외로 나가 고기를 구워 먹으려는 생각이었죠. 급하게 찾다 보니 장소 선정도 쉽지 않았지만 편의점 업무 특성상 문을 닫을 수도 없고, 야간에 근무한 분들이 주간에 잠을 못 청하고 나와서 프로그램을 참여해야 한다는 점 등으로 준비에 애로사항이 있었습니다. 센터에서는 회계감사 나온다 하여 정신없고, 사업은 사업대로 진행하며, 또 맡고 있는 다른 사업단에서는 갈등이 있기도 했고, 건강이 악화되어 근무를 빼야 되는 참여자 관리까지 바쁜 상황이였습니다. 이런 과정속에서 참여자들에게 상황 공유하며 준비를 했음에도, 강건너 불 구경하듯 계시는게 ‘참 자활스럽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준비해서 떠난 당일. 못 나가겠다는 참여자에, 짐을 풀고 야채를 씻고, 그릇을 정리하고, 고기를 굽는 상황에서도 1명 외엔 수동적으로만 움직이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다들 이런 야외에 나오는 것 자체가, 야외에서 밥을 해 먹는 것 자체가, 캠핑이라는 설정 자체가 처음이라 무엇을 해야 할지 생소해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시더군요.

 아, 이 분들은 지금 당연하다고 여기는 한강공원 나들이 같은 것들조차 생소할 수 있겠단 생각이 불현듯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뭘 해야 할지 모르니 사전 준비에서도 나서지 못한거죠. 지난 몇 년동안 사업단이 한두 명의 희생으로 업무가 진행되어 왔던걸 생각하면, 더 업무를 자체적으로 해낼 수 있도록 강하게 푸시만 해왔었는데, 팀장이라는 한 사업단의 리더로서 참여주민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경험관리나 동기부여, 멘탈관리쪽은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양천지역자활센터에서 일을 한지 정확히 10년이 됩니다. 이제는 입사 초기와는 달리 의욕적이지도 않고, 동기부여도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일에 대한 열정이 없는 게 문제죠. 하지만, 열정 없이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뮤지션인 커트 코베인의 말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열정은 언젠가 식기 마련이라는 생각 때문에 열정 자체를 신뢰하지 않는 편입니다. 다만, 열정까지는 아니어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조언도 들리고, 다른 사람의 생각도 공감이 되고, 타인을 배려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일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죠. 내 마음의 여유가 없다면 일을 제대로 처리할 능력도 떨어질 것이며, 사람과의 관계도 내 중심적으로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참여자들의 상황을 좀 더 깊이 둘러보지 못한 것도, 업무만 강조했던 것도 모두 열정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여유가 없어서 라는 말이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완벽한 여정이었다. 한 번 더 할 수 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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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 데뷔 후 25년, 42세의 나이로 은퇴한 테니스 황제 페더러가 은퇴사에서 한 말입니다.
모든 것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각적 여유, 내가 지치지 않도록 관리해 줄 수 있는 시간적 여유, 바삐 뛰어다니며 챙길 수 있는 체력적 여유 등. 내 마음의 여유가 없어 일에 쫓기고 시간에 쫓긴 인생을 살게 된다면, 아무리 완벽한 여정이었다 한들, 다시 한번 더 해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의 삶이 완벽한 여정이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다시 한번 더 해볼 수 있을 정도의 삶이 되면 좋겠습니다.



양천지역자활센터 박승헌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