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 할아버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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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13 10:11본문
저녁에 전화가 뾰로롱 울린다.
아랫층 할아버지다.
"차장님 공사끝났는데 구경하러 안 오시래요?"
10월 31일날 주무시는 방 샷시공사와 벽에 단열재를 붙이고
11월 10일인 어제 도배를 끝내시고는 마음이 좋으셨는지 바로 전화를 하신 것이다.^^
9월 어느 날, 전화를 하셔서는 집에 누가 공사를 해준다고 다녀갔는데 누군지 모르겠다.
혹시 사기꾼이면 어떡하냐시면서 걱정이 태만이시다.
주민센터에 전화해서 확인해봤지만 그런 곳이 너무 많아서 잘 모르겠단다.
지난 여름 할아버지는 고추장을 공짜로 준다는 트럭 안내방송을 듣고 나가셨다가 고려홍삼까지 주더라며 어린아이처럼 자랑하셨는데 고거이 사기였다.
그 이후 지로용지를 받았는데 바로 홍삼음료를 구입했으니 돈내라는 통지였다.
30만원이면 수급비의 반 이상이나 되는 금액이다.ㅠㅠ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내시고는 걱정이 태산에 태산이 되셨다.
그리고는 10월 30일.
그 공사를 내일 하러 온다는데 공사해놓고 돈달라하면 어쩌냐면서 전화를 주셨길래 공사현장에 동석하기로 했다.
10월 31일 2시-3시에 온다는 공사팀이 4시 30분이 지나도 오지않아 결국 만나지 못하고 사무실로 들어왔지만, 공사 담당자와 통화해 이것저것 물어보니 한국에너지재단에서 시행하는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이었다.
샷시와 단열공사를 한다고 해서 그건가? 했는데 역시 그거였다.
오늘 새하야니 이쁘게 한 도배와 바뀐 샷시,
그리고 무엇보다 방충망이 생겨서 너무 좋다는 할아버지의 웃는 얼굴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조으다.
그러나 처음 견적방문 때 담당자가 어르신께 명함을 드리고 차분차분히 설명했으면 할아버지가 2달여간 마음 졸이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는 화가 난다.
할아버지께 내 명함 수십장을 드렸다.
혹시 모르는 사람이 방문해서 사인을 요구하거나 이번같은 일이 있으면 내 명함 주시고 이 사람한테 먼저 얘기하라 하시라고..
착한 사람이 살기 힘든 세상이다.
사람을 늘 의심해야하는 무서운 세상이다.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