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쪽방 주민의 간절한 외침[201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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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13 10:04본문
2011.10.7
선생님 집 꼭 됐으면 해요
제가 빨리 돈벌어서 이사갈게요
화장실 있는 집에서 한번이라도 살고 싶어요 부탁해요
따듯한 물도 안나와서 추워서 못살겠어요
꼭 들어가게 해주세요
오래 안 살고 빨리 돈 벌어서 전셋집 마련할게요
날씨가 추워지고 얼마 되지 않아 빨리 이사가고 싶다는 내용이 담긴 위의 문자 이삼일 걸러 한번 꼴로 오기 시작했다.
동대문 인근 쪽방에서 거주하시는 백주희(가명, 53세)아주머니가 보낸 문자다.
아주머니가 살고 있는 이른바 쪽방은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2층 집으로, 집주인이 무너질 위험이 있으니 다른 집으로 이사하라고 권고하고 있는 집이었다.
보증금은 100만원, 월세 12만원.
호프집 주방보조로 아르바이트를 다니는 아주머니의 소득으로는 월세 부담이 큰 다른 집으로 이사하기도 어렵고, 가진 돈을 모두 긁어모아도 보증금 500만원조차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니 아주머니가 기댈 곳은 쪽방주민이 신청할 수 있는 쪽방임대주택(현 주거취약계층 임대주택) 뿐…
아주머니와 같이 상담원인 나조차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임대주택은 없고, 아주머니는 이사를 하셔야되고, 언제까지 대기하시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정말 날이 추워질대로 추워지면 어쩌나… 물론, 5년을 같은 집에서 살아왔으니 또 한겨울 못 나겠냐마는 걱정스러운 마음은 접을 수가 없었다.
마침 나눔마을에서 공가가 있어 급한 대로 입주신청을 하기로 했다.
공가는 2호, 입주신청인은 4명.
저축액으로 보았을 때, 백주희 아주머니는 맨 꼴찌…ㅜㅜ 입주공고를 낸 기관의 담당실무자로서 그러면 안되지만, 아주머니께 마지막 팁을 드렸다. 저축액이 가장 적으니, 그동안 저축하지 못한 사유를 잘 말씀하시라고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나눔과미래에서 운영하는 나눔마을에 입주하시지는 못하지만, 다른 기관에서 운영하는 임대주택에 들어가실 수 있게 되었다는 반가운 전화가 왔다. 강북구 수유동이라 지금 일하고 있는 호프집에서도 가까운 편이다.
아주머니의 문자대로 돈 열심히 벌어서 번듯한 전셋집 하나 마련해서 잘 사셨으면 좋겠다. 물론, 서울땅에서 전셋집 마련하는 게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아주머니의 가능성을 믿고 불가능한 꿈을 꾸어본다.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