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미래를 꿈꾸었지만.. [201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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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13 10:03본문
2011.7.13
오범석
김도민(가명)씨는 나눔과미래가 운영하고 있는 나눔마을에 2008년 1월에 입주하신 노숙인이다.
그 분의 과거를 열거하면 아마도 마음이 짠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양친을 모두 잃고 이복동생들과 새어머니 밑에서, 친척집을 전전하며 머슴살이 아닌 머슴살이를 해오면서 어려서부터 경제적인 책임에 내몰려 노동의 삶을 살았던 분이다. 물론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분이다.
이 분이 이제 50세가 넘은 나이에 장가를 가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가슴 아픈 것은 상담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을 추진하는 과정 중에 생겼다. 모든 한국의 노총각들의 비애라고나 할까. 그 과정 속에서 많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많은 돈을 들여서 베트남에 다녀왔고, 그리고 상대 여성의 가족들을 위해 생활비와 약값을 보내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 여성으로부터 연락이 두절됐다. 적은 월급에 푼푼이 모아 소중한 마음을 담아 보냈던 터라 금전적 손해도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더 힘든 것은 사람에게 배신당했다는 그 상처인 듯 했다.
처음에는 당황해하시고 이후에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하시더니, 결혼알선인이 영문편지로 베트남에 보냈던 글을 번역해 달라며 상담을 요청하셨다. 편지를 번역해 주던 과정 중에 나 또한 일이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실망감과 배신감, 그리고 또 다시 결혼이라는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싶어하는 마음... 상담자인 나 역시 안타까움으로 달리 말을 잇기가 힘들었다.
버트란트 러셀이 그랬던가. “사람을 지치게 하는 것은 과로가 아니라 걱정과 불안이다.”
불안과 걱정 속에서 '결혼'이라는 '행복한 미래'를 준비하고, 어찌어찌 결혼한 이후에는 '다문화가정'이라 이름붙여진, 아주 낯설은 새로운 세계와의 조우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나와 함께 살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다.
이 선생님의 바람대로 아름다운 가정이 그의 신앙 안에서 꾸려지기를 바란다. 현실은 아주 냉혹하고 어려울지라도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