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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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13 09:51본문
최근에 아침을여는집에 그동안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사실 이 글에 대해 쓸까말까 조금 망설였다. 왜냐하면 별로 긍정적이지도 않은 이야기이고, 유쾌하지도 않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솔직한 속 마음은 숨기고 싶은 이야기여서다. 하지만, 쉼터의 일상적인 모습을 회원들에게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였고, 외부의 누군가에게 좋은 의견을 들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어서 글을 올리기로 마음 먹었다.
아침을여는집 입소인 간에 고소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고소를 하시는 분의 입장에서는 본인이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참을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 자신에게 폭언을 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상대를 고소하시는 것, 그렇게 경찰을 부르고 하셔서 다시는 쉼터에 경찰을 부르시지는 말아 달라고 요청을 하였다. 고소를 당하신 분 중에는 얼마 전에 법원에서 30만원의 벌금이 나와서 10만원을 보조해 드리면서 위로해 드렸던 일도 있었다. 쉼터는 입소인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 받을 수 있는 집이 아니다. 공동생활을 하는 응급구호시설이라는 것이 노숙인 쉼터의 운영을 맡은 사람으로서 나의 생각이다. 이 보호시설에 입소하시는 분들을 쉼터는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 손으로 경찰을 부른 적은 16년간 한 번뿐이었는데, A씨는 고소하는 것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신다. 노숙인 보호시설과 무관하게 자신의 인권이 먼저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경찰을 부를 수 있다는 입장이며, 계속 입소인들을 고소하고 있다. 큰 일도 아니다. 서로 생활하면서 쌓일 수 있는 사소한 일들로 감정이 쌓여서 앙숙이 되어 가고 있다. 개별상담과 집단상담 등을 하면서 서로 소통시키려고 무던히 노력해 보았으나 소용이 없다. 지금 가장 사이가 좋지 않는 입소인 두 분은 말 없는 전쟁 중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노심초사하는 것은 나밖에 없는 듯하다.
안타깝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공동생활공간에서 매일 불편한 삶을 살면서 다른 입소인들에게도 불편함이 확산되는 지금의 분위기가 나도 불편하고, 안타깝다. 다행히 두 분 모두 퇴소의 위험수위를 넘지는 않으신다. 나도 가끔 입소인들이 자기 편익만을 주장하고 억지를 부릴때면 화도나지만, 아직은 참을 수 있는 상황이다. A씨가 얼마 전 대면상담을 거부하셔서 마지막으로 대면상담을 끝까지 거부하시면 쉼터에서 퇴소조치를 하려고 마음을 먹었으나 다행히 마지막에는 '대면상담'에 응하겠노라고 말씀하셔서 넘어간 일이 있었다. 사랑이 답이다. 서로 인생의 뒤안길에서 얼마나 많은 아픔과 고통을 싸맨 채 살아 오셨던 분들인가? 그 삶의 굴곡 많은 괴적을 한 공간에서 소리 없이 조용히 참으며 사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A씨의 경우 사람들과 갈등속에서 많이 불편할텐데 원룸이나 고시원이라도 나가면 사람들과 갈등 없이 살 수 있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어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의 대답이 더 가슴 아팠다. "지금도 괴롭지만, 혼자 사는 것은 더 참을 수 없이 괴롭습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A씨에 대해 상당히 너그럽게 지켜보았던 것이. 여기서 나가면 정말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다.
융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랑이 해결되지 않는 사람은 그 어떤 문제도 해결 되기 어렵다"
인간은 사랑으로 만들어진 존재이다. 사랑 받고 사랑하면서 성장하고 성숙해진다. 그런데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직장에서도 사랑받지 못하고 사랑할 수 있는 이들이 없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주변을 둘러 보면 사랑에 목말라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A씨도 잘은 모르겠지만 사랑이 결핍되어 나타나는 행동이라고 생각된다. 또 다른 의미의 피해자이다. 그래서 쉼터의 다른 입소인들이 상당히 불편해 함을 알면서 더 기회를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아야만 살아 갈 수 있는 존재이다. 외로움의 끝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죽음뿐이기에, 마지막까지 지켜줘야 하는 것이 관심이다.
사랑이 답이다. 오늘도 쉼터의 하루는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