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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한 줌을 배달합니다 [200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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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1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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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8.1

고성현

 

매주 화요일이면 아침을여는집 주방이 아침부터 분주해집니다. 반찬배달을 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반찬은 대개 꽈리고추멸치볶음, 오뎅볶음, 소시지부침, 오징어채무침, 마늘쫑무침, 두부조림, 오이장아찌, 김 같은 밑반찬들입니다. 정성껏 조리된 반찬들은 차곡차곡 반찬통에 담겨 배달을 기다립니다. 현재 평지가 반찬을 배달해드리는 곳은 약 25가구 정도. 대개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입니다. 

 

“계세요?” 몇 차례 불러도 인기척이 없는 경우는 대개 파지를 주우러 가셨거나, 경로당에 놀러 가셨거나, 병원에 가신 겁니다. 약속된 자리를 보면 어김없이 빈 통이 놓여있습니다. 그 자리에 새 반찬을 놓고 빈 통을 주워 담습니다. 간혹 빈 통에 사탕 몇 개를 담아두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마움과 아쉬움을 사탕에 담아놓으신 거겠죠. 세상에 이 사탕만큼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달콤한 사탕이 있을까요?

 

대개의 경우는 어르신들께서 기다리고 계시다가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아이구, 어서 와. 요새 날도 더운데 이렇게 고생해서 어떡해?” 한 주간 어떻게 지내셨는지, 아프신 데는 어떠신지, 도와드릴 일은 없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다음 화요일을 기약하며 돌아설 때면 어르신들의 얼굴에도, 우리들 마음에도 아쉬움이 묻어납니다. 그래서 반찬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홀가분하기보다는 아쉬움에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인간은 갈증은 일 주일을, 허기는 이 주일을 참을 수 있고, 집 없이 몇 년을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외로움은 참아낼 수 없다. 그것은 최악의 고문, 최악의 고통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11분’ 中에서)

 

아마 혼자 살아보셨거나 지금 살고 있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혼자 먹을 밥과 반찬을 준비하는 일이 얼마나 재미없는 일인지를 말입니다. 여럿이 먹는 밥상은 맛이 있든 없든, 찬이 있든 없든 즐겁기만 합니다. 함께 먹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혼자 먹는 식탁은 맛없으면 맛없어서 서럽고, 맛있으면 맛있어서 서럽습니다. 찬이 없으면 없어서 서럽고, 많으면 많아서 서럽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외롭기 때문입니다. 결국 외로운 식탁이 싫어서 종종 끼니를 거르기도 하고, 후다닥 물에 말아 해치우기도 합니다. 급기야 외로움에 빈곤까지 더해지면 서러움은 극에 달합니다. 있는데도 안 먹는 것과, 없어서 못 먹는 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 크니까요...

 

평지가 반찬배달을 하는 까닭은 하나뿐입니다. 외부의 지원을 받아서 하는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유가 있어서 하는 것도 아닙니다. 노숙인 아저씨들의 투박한 손길이 만들어낸 것이라 그리 맛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외로움과 배고픔을 가진 이웃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드리고 싶은 바램뿐입니다. 그 반찬을 드실 때마다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셨으면 하는 바램뿐입니다. 좋은 반찬도, 맛있는 반찬도 아니지만, 부디 기쁘게 드셔주셨으면 하는 바램뿐입니다. 오늘도 어르신들 모두 힘겨움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4-30 17:24) 

매주 화요일이면 아침을여는집 주방이 아침부터 분주해집니다. 반찬배달을 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반찬은 대개 꽈리고추멸치볶음, 오뎅볶음, 소시지부침, 오징어채무침, 마늘쫑무침, 두부조림, 오이장아찌, 김 같은 밑반찬들입니다. 정성껏 조리된 반찬들은 차곡차곡 반찬통에 담겨 배달을 기다립니다. 현재 평지가 반찬을 배달해드리는 곳은 약 25가구 정도. 대개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입니다. 

 

“계세요?” 몇 차례 불러도 인기척이 없는 경우는 대개 파지를 주우러 가셨거나, 경로당에 놀러 가셨거나, 병원에 가신 겁니다. 약속된 자리를 보면 어김없이 빈 통이 놓여있습니다. 그 자리에 새 반찬을 놓고 빈 통을 주워 담습니다. 간혹 빈 통에 사탕 몇 개를 담아두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마움과 아쉬움을 사탕에 담아놓으신 거겠죠. 세상에 이 사탕만큼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달콤한 사탕이 있을까요?

 

대개의 경우는 어르신들께서 기다리고 계시다가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아이구, 어서 와. 요새 날도 더운데 이렇게 고생해서 어떡해?” 한 주간 어떻게 지내셨는지, 아프신 데는 어떠신지, 도와드릴 일은 없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다음 화요일을 기약하며 돌아설 때면 어르신들의 얼굴에도, 우리들 마음에도 아쉬움이 묻어납니다. 그래서 반찬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홀가분하기보다는 아쉬움에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인간은 갈증은 일 주일을, 허기는 이 주일을 참을 수 있고, 집 없이 몇 년을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외로움은 참아낼 수 없다. 그것은 최악의 고문, 최악의 고통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11분’ 中에서)

 

아마 혼자 살아보셨거나 지금 살고 있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혼자 먹을 밥과 반찬을 준비하는 일이 얼마나 재미없는 일인지를 말입니다. 여럿이 먹는 밥상은 맛이 있든 없든, 찬이 있든 없든 즐겁기만 합니다. 함께 먹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혼자 먹는 식탁은 맛없으면 맛없어서 서럽고, 맛있으면 맛있어서 서럽습니다. 찬이 없으면 없어서 서럽고, 많으면 많아서 서럽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외롭기 때문입니다. 결국 외로운 식탁이 싫어서 종종 끼니를 거르기도 하고, 후다닥 물에 말아 해치우기도 합니다. 급기야 외로움에 빈곤까지 더해지면 서러움은 극에 달합니다. 있는데도 안 먹는 것과, 없어서 못 먹는 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 크니까요...

 

평지가 반찬배달을 하는 까닭은 하나뿐입니다. 외부의 지원을 받아서 하는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유가 있어서 하는 것도 아닙니다. 노숙인 아저씨들의 투박한 손길이 만들어낸 것이라 그리 맛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외로움과 배고픔을 가진 이웃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드리고 싶은 바램뿐입니다. 그 반찬을 드실 때마다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셨으면 하는 바램뿐입니다. 좋은 반찬도, 맛있는 반찬도 아니지만, 부디 기쁘게 드셔주셨으면 하는 바램뿐입니다. 오늘도 어르신들 모두 힘겨움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