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 할아버지 마지막 이야기
페이지 정보
나눔과미래 16-07-13 10:18본문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다음날인 토요일, 사랑찬을 하러 출근했다가 집에 돌아가면서 할아버지랑 못 먹은 고기가 생각났습니다. 저한테 5만원을 던지고 가신 그 날 말이죠.
집에 가는 길에 정육점을 들러 좋아하지도 않는 고기를 샀더랬습니다.
할아버지랑 못 먹은 마지막 식사를 대접한다고 생각하면서
고기를 굽고 채소를 씻고 김치를 볶았습니다.
할아버지 드시게 수저를 놓고 그 고기를 감사하며 다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다다다음날도 마음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자꾸 못해드린 게 생각난다고 하던데 저도 그런걸까요?
할아버지 정기검진날이었던 5월 4일, (살아계셨다면 함께 병원을 갔었겠죠..ㅠ)
건강보험공단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요양원에 갈 수 있는 등급이 나왔다고..
그렇네요. 할아버지 일주일만 더 참으셨음 집으로 모시는 거였는데..
그럼 그렇게 허망하게 가시지는 않지 않았을까?
그렇게 가고싶으시다던 집에 갈 수 있게 되었는데 할아버지가 안계시네요.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는데 정작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었습니다.
결혼을 안한 할아버지는 연고가 있는 가족이 없었고,
가족이 아니면 시신 인수를 하지 못하고,
그래서 조촐하게나마 장례도 치를 수가 없고,
할아버지가 화장을 하시는 것도 볼 수가 없더군요.
할아버지의 시신을 안치한 장례식장에서는 다 알아서 하니 걱정말라고 하고,
할아버지는 수급자들이 가는 파주의 어느 납골당에서 10년간 가족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다가 가족이 찾지 않으면 처리가 된다고 하더라구요.
할아버지댁에서 할아버지를 아는 사람들과 조촐하게 장례를 치렀습니다.
저희 주택에 계시는 분들께 연락을 드리고
할아버지를 아는 나눔과미래 실무자들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제사상을 차리고 마지막 인사를 드렸습니다.
네~ 차라리 빨리 가신 게 나을지도 몰라요.
많이 아프셨으니까.. 그리고 빨리 하늘나라 가고싶다고 하셨으니까요..
병원에 딱 두 달 계시고 가셨으니 소원풀이 하신 걸 수도 있어요.
슬픔은 남겨진 사람의 몫이니까요.
* 쪽방에서 임대주택으로 이사한 이후에 마음껏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던 할아버지.
* 낚시가 좋아 바다나 강가에 살고 싶으시다던 할아버지..
할아버지, 하늘나라에서는 좋아하시는 낚시도 맨날 하시고 음악도 실컷 들으시고
이쁜 할머니랑 연애도 하고 그러세요~
참 감사했습니다. (__)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