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 할아버지 이야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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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13 10:17본문
입원치료는 끝났지만 할아버지가 집에서 혼자 생활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사의 판단도 있었고
무엇보다 혼자 식사를 챙겨드시는 게 힘들어하셨던 터라 요양병원으로 전원하기로 했습니다.
성북구 내에 있는 요양병원으로 입원하시는 게 확정되었던 3월 29일,
할아버지의 퇴원수속과 요양병원의 입원수속을 밟기 위해 병원으로 찾아뵈었습니다.
한 달만에 뵌 할아버지는 제가 알던 그 분이 아니셨어요.
저를 보자마자 다짜고짜 욕을 욕을 하시고, 때리려고 손을 치켜드시고,
의사 얘기로는 섬망증세가 있으시다고 하더군요.
제가 누군지 알아보지도 못하시고,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시는 거였죠.
장기화되면 치매로 이어지지만 나아질 수도 있다는..
이쁜 섬망도 있다고 하던데 할아버지는 안이쁜 섬망증세를 가져오셨댔어요.
⇒ 요양병원으로 가는 동안 주무시는 할아버지
한 달만에 저를 본 그 날은 할아버지를 만나고 6시간이 지나셔야 저를 알아보셨더랬습니다.
곁에서 자꾸 말을 걸었더니 점차 기억이 나셨던 모양이에요.
그러고는 집에 가고 싶다고 하셨었죠.
집에 가고싶으시다고.. 집에 갈 수는 없는 거냐고..
집에 갈 수는 있지만 혼자 생활하시는 게 가능하시겠냐 여쭈었더니
그건 어려울 것 같다고 하셔서 병원에 계시면서 경과를 보고 나아지면 퇴원하시자 말씀드렸습니다.
요양병원에 계시는 한 달동안 할아버지를 세 번 찾아뵈었습니다.
뵐 때마다 집에 가고 싶다는 할아버지 말씀이 자꾸만 목에 걸려
장기요양등급심사 신청을 하고 등급이 나오면 할아버지를 집에 모시기로 했었어요.
요양보호사가 식사준비를 하고 제가 자주 찾아뵈면 집에서 생활하실수도 있.겠.다. 싶었죠.
병원에 계시기보다 집에 계시는 편이 할아버지 병증에 더 좋다는 의사의 소견도 있었습니다.
4월 22일 요양등급심사를 위해 건강보험공단에서 다녀갔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4월 29일 돌아가셨죠.
식사를 하시던 중 밥알이 기도로 넘어갔는데 기침을 심하게 하다가 심정지가 왔고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살지는 못하셨습니다.
연락을 받고 달려간 그 저녁,
할아버지는 눈을 뜨고 돌아가신 상태였고
심폐소생술 때문에 갈비뼈가 부러졌는지
가래를 빼기 위해 연결한 호스에 피가 배어나왔습니다.
한 사람이 가는 길이 어찌나 허망한지요.
할아버지랑 사진이라도 한 장 찍을 것을 그랬습니다.
보건소 방문간호사가 옷을 주고 갔다며 잘 어울리냐고 방긋 웃으실 때 그 날 사진을 찍었어야 했습니다.
다음에 만나면 사진찍자고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다음..
다음...
다음....
왜 다음이 있다고 생각했을까요..
- 글은 다음에 또 이어집니다.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