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 할아버지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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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13 10:15본문
아랫집 할아버지, 정하원 어르신이 2016년 4월 29일 70세의 나이로 하늘로 돌아가셨습니다.
같이 할아버지댁에서 고기 구워먹기로 했는데 못드시게됐다며
따로 맛난거 사먹으라고 5만원을 던져주시던 할아버지셨습니다.
당신은 가난하셔도 고맙다며 나눔과미래에 5천원씩 기부하시던 할아버지,
그나마 거동을 하실 때는 경동시장에서 두 손 가득 과일을 사가지고는 사무실에 툭 던지고 가시던 할아버지,
눈오는 날 집 앞 눈을 먼저 치우고 계시던 할아버지,
동에서 겨울철 난방비가 지원된다며(에너지 바우처) 돈 걱정없이 보일러 돌릴 수 있다며 아이처럼 좋아하시던 할아버지,
할아버지 그냥 보내드리기 아쉬워 글로 보내드리려 합니다.
⇒ 돈 안받겠다고 했더니 현관문에 돈을 툭 던지고 가셨던 그 5만원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습니다.
올해 1월 언젠가였죠.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보니 경찰이었습니다.
아랫집 할아버지의 주민증을 내밀며 이 사람을 아느냐고 물었었죠.
무슨 일이냐 되물었더니 환자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할아버지를 경찰이 발견해서 파출소에서 보호 중이라 하더군요.
난생처음 경찰차라는 걸 타고는 파출소에 갔더니,
아랫집 할아버지가 환자복만 달랑 입고 오돌오돌 떨면서 거기 계시는 겁니다.
저를 보더니 선생님 오셨냐고,
집이 생각이 안나더라고,
집 열쇠도 없고 집주소도 기억이 안나서 헤맸다고..
왜 집이 기억이 안났는지 모르겠다며 횡설수설하십니다.
얼른 집에 가고싶다는 할아버지를 모시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듣고보니, 진료차 병원을 갔는데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해서 바로 입원을 하고보니
덜컥 겁이 나 환자복을 입은 채로 지갑만 들고 택시를 집어타고 오신거였죠.
그런데 집에 생각이 안나서 그 근처에서 헤맸다는 겁니다.
(나중에 병원에서 알고보니 할아버지가 머리에도 병이 생기셔서 기억을 못하시는 거였죠.)
집에 모셔다드리고 편찮으시면 병원에 모셔갈테니 언제든지 전화하시라 말씀드렸더니
딱 일주일 뒤에 연락이 왔습니다.
아파서 병원은 가야겠는데 지난번에 도망쳐나온 것때문에 입원 안시켜주는거 아니냐고..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할아버지를 안심시키고 다음날 병원에 갔습니다.
병원 1층에서 휠체어를 빌려 모시고 다녔더니 너무 편하다며 참 좋아하셨더랬습니다.
입원치료를 해야한다고 해서 환자안심병동에 할아버지를 입원시키고 돌아왔습니다.
할아버지의 병명은 만성신부전으로
하반신이 땡땡 부었는데 소변도 못 볼 정도라 급한 상황이었죠.
⇒ 혹여 지난번처럼 길잃고 헤매실까 싶어 지갑에 넣어둔 명함
그리고 저 역시 3월 초에 병원에 입원해야할 일이 있어 입원치료받고 집에서 요양하느라
한달동안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퇴원해도 된다는 병원의 연락을 받았고
할아버지가 너무 난폭해서 병원에 입원시키기 어렵다는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간호사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 달만에 뵌 할아버지는 제가 알던 그 분이 아니셨어요.
투비컨티뉴드..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