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형 아스팔트우파의 진보선언 [예전 글]
페이지 정보
나눔과미래 16-07-13 11:47본문
예상했던 일이다. 뉴라이트전국연합 출신의 우파 인사들이 ‘진보’를 표방할 줄 알았다. 좌파척결이란 목적을 완수하기 위해 그들에게 진보는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
몇 년전이었다. 필자가 몸담았던 한 모임에서 주사파에서 뉴라이트로 전향한 386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전임대통령이 열어준 민주주의의 광장에서 일군의 전향한 주사파들이 올드라이트와 올드레프트를 극복해야 한다며 뉴라이트 운동의 기치를 세우던 때였다. 반가웠다. 시민사회의 다양성에 풍요로운 자원이 될 우파 시민운동을 내심 환영했다. 또한 그동안 불통(不通)하던 우파가 아니라 소통(疏通)할 수 있는 우파의 등장이 반갑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광화문에서 전향한 386을 만났다.
한 때 전대협에서 핵심 간부로 일하던 어느 386선배가 말문을 열었다.
“진보와 보수의 대립은 좌파의 프레임이다. 진보는 좌파의 전유물이 아님에도 좌파는 진보세력이라는 가면으로 위장한 채 우파를 수구세력으로 매도하고 있다. 진보세력은 진보가 아니라 좌파라고 부르는 게 맞다. 진보는 좌파의 전유물이 아닌데, 그동안 보수가 좌파한테 진보를 빼앗겨왔다. 진보를 되찾아와야 한다.”
그때 예감했다. 뉴라이트가 조만간 ‘진보’라는 좌파의 프레임을 우파화 할 것이라는 것을. 그런 인연 때문인지 자유주의진보연합의 출범은 예상보다는 조금 늦은 감이 있다. 괜찮다. 그 386선배의 말마따나 진보가 꼭 좌파의 전유물만은 아니고, 단체명은 단체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니 감내라 대추내라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기에. 개똥이라 부르던, 소똥이라 부르던, 명칭은 부르는 사람마음이다.
자유주의진보연합은 21세기 자유의 종을 난타하겠다고 한다. 아쉽다. 21세기, 자유, 진보의 키워드를 뽑은 그들이 왜 정의, 평화, 생명, 공평이라는 키워드를 뽑지 못했는지. 자유, 진보, 보수, 우파, 좌파 등의 키워드는 모두 19세기말 20세기 초·중반의 핵심 키워드들이다. 흘러간 유행가를 리바이벌하여 21세기의 종을 울릴 수 있을까? 그건 욕심이다. 단언해서 미안하지만 자유주의진보연합은 20세기형 평범한 아스팔트우파로밖에 안 보인다.
자유주의진보연합, 그들에게 진보·개혁세력(그들의 표현대로 좌파들)들은 수구세력일 뿐이다. 교육개혁을 가로막는 전교조도 수구, 산업선진화를 방해하는 민주노총도 수구, 의회민주주의의 훼방꾼인 민주당도 수구, 철지난 사회주의의 향수에 젖은 진보신당도 수구, 특히 종북주의에 빠진 민주노동당은 대표적 수구세력이다. 그리고 진보는 21세기 자유의 종을 난타할 자신들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안타깝다. 필자가 보기엔 19세기의 이념으로 20세기의 방법론을 가지고 21세기의 공간에서 싸우고자 하기 때문이다. 뉴라이트, 그들만 안쓰러운 것은 아니다. 기존 진보세력 중에서 19세기의 이념으로 20세기의 방법론을 들고 21세기의 공간에서 싸우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대통령은 삽 한 자루로 국정을 운영해왔다. 국민들의 쇄신요구를 묵살한 채 말이다. 반면에 현 정부의 홍위병격이 우파들은 여전히 이념전쟁을 하고 싶어 한다. 그들의 최종 목표는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 침투한 좌파의 척결이기 때문이다. 소통을 기대했던 뉴라이트가 불통세력화하는 것이 안타깝다. 우리시대엔 그들의 표현대로 좌와 우는 정의, 평화, 생명, 공평이라는 키워드로 소통해야한다. 그래야 통합의 시대가 열린다.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
- 이전글8월26일 주민학교 1강 "추가분담금의 비밀을 밝힌다" [예전 글] 16.07.13
- 다음글여인숙등 비주택 화재사건에 대한 정부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예전 글] 16.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