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부르마, 혁신이여! [예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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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13 11:47본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말했다. “대한민국 진보·개혁 진영이 자기 혁신을 게을리 한 채, 김대중·노무현 두 사람에게 모든 알리바이를 떠넘기고 있지는 않은가.”
한 주간지에서 그의 말을 읽고 만감이 교차했다. 87년 6월 항쟁으로 일군 민주주의가 안정된 기반 위에 서 있는 줄 알았다. 민주주의의 후퇴는 생각조차 못했다. 보수와 진보의 정책적 차이에서 약간의 부침이 있기는 하겠지만 20년간 쌓아올린 민주주의가 후퇴될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
물론 안희정 최고위원에게 “그러는 당신은 뭐했냐?”고 반문을 할 수는 있다. 허나 그런류의 유치한 말싸움을 하기도 싫고, 그런들 아무런 답도 나오기 않을 것이기에 좋은 약 삼아 경청해야 한다고 본다. 문제는 자기 혁신을 했느냐, 못했느냐는 것이다.
보수우파는 혁신이 성공했다. 그래서 집권했다. 물론 보수우파의 혁신은 사상적 혁신, 가치적 혁신이 아닌 방식의 혁신뿐이었지만, 그들의 약점을 방법적 혁신을 통해 보완했다. 그동안 보수우파는 기득권을 지키는 방어적 태도로 진보, 개혁진영에 대항해왔다. 한마디로 거리에서 치열하게 싸울 줄 몰랐거나 회피하였던 것이다. 기껏해야 공권력의 힘을 빌거나 관제데모에 동원되는 정도였던 것뿐이다.
뉴라이트의 등장으로 양상이 바뀌었다. 과거 친북좌파에 몸을 담았던 인사들이 사상적 개종을 하면서 좌파적 방법론을 우파에 도입해서 거리로 나가 싸움을 걸기 시작했다. 그들은 진보, 개혁진영이 주춤하던 사이에 진보, 개혁진영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던 시민사회의 다양한 진지로 치고 들어와 무차별적 싸움을 걸어왔다. 그들은 성장담론, 안보담론 등의 보수적 진지를 바탕으로 언론, 복지 등의 진보좌파의 진지에 선제공격을 시도했다. 특히 걸출한 입담꾼인 최홍재, 변희재 등의 전향한 조직가와 이론가 등을 앞세워 언론 영역에서 커대란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 결과 보수성향의 시민들을 우군화했고 정권창출에 기여도 했다.
안 최고위원 표현대로 진보, 개혁진영은 그동안 무엇을 해왔던가? 김대중, 노무현이라는 걸출한 지도자가 보장해 준 자유로운 광장에서 자유를 만끽한 채 자기 혁신의 과제에는 게을렀지 않았는지 반문해 본다. 오히려 뉴라이트 진영에서 올드레프트를 퇴출시킬 뉴레프트의 출현을 기다린다는 조롱 아닌 조롱을 듣지 않았는가? 그렇다고 뉴라이트가 올드라이트를 퇴출시켰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뉴라이트가 더 올드라이트화되는 것 같다.
진보, 개혁진영은 진보도 발전시키지 못했고, 개혁도 실패했다. 시민들에게 고립된 80년대 담론에 갇혀 시대를 이끌 의제(Agenda)의 내놓기는커녕 시대에 뒤떨어진 집단취급을 받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는 진보, 개혁진영에게 역설적이지만 하늘이 내린 축복이다. 민주주의 이후의 민주주의를 논하던 이들에게 민주주의 그 자체의 존폐를 지켜야 한다고 알려준 은혜로운 정부. 시청광장도 시민의 힘을 모아 저항해야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준 정부. 철거현장에서 망루를 짓고 경찰특공대와 용역깡패에게 죽임을 당해도 도시테러리스트가 된다는 걸 가르쳐준 정부. 더구나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확실하게 일깨워준 정부. 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막걸리를 마시며 ‘너를 부르마’를 부르면 덜떨어진 사람 취급받았는데, 지금 막걸리 한 잔과 함께 들리는 ‘너를 부르마’는 온 몸을 전율케 하는 정부. 우리는 참 많은 은혜를 받았다.
진보, 개혁진영은 혁신을 해야 한다. 진보적 진지를 다지는 작업은 물론 경원대 홍종학 교수가 시도하는 진보와 성장의 조화도 모색해야하며 진보적 안보담론도 다잡아야 한다. 즉, 집토끼와 산토끼 두 마리 다 잡아야 혁신을 성공할 수 있다. 진보적 성장담론과 안보담론이라는 산토끼를 잡으러 가면서 지역사회에 우리 진지를 굳건히 다지자.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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