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한 從僕 [2008.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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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13 11:44본문
2008.7.11
이주원
2008년 1월 20일경 스카이아파트에 거주하는 전 가구에 성부구청의 공문이 도착했습니다. 내용의 핵심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의거하여 08년 2월 29일 까지 대피(이주)를 명령하며, 2008년 3월부터는 동법에 의해 저희 아파트가 ‘재난위험구역’으로 설정되어 출입이 금지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곳에 정붙이며 살아 온 갈 곳 없는 주민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통보였습니다. 물론 임대아파트를 제공한다고는 하지만 주민들이 원한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불과 보름 정도의 시간을 주며 세입자에게는 1월 29일, 집주인에게는 2월 5일까지 갈 임대아파트를 선택하라니 주민들의 의사는 철저히 무시되었습니다.
서민들에게 집은 목숨과도 같은 생존권입니다. 재난을 대비한 대피도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살 공간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높은 보증금으로 상당수의 주민이 엄두도 낼 수 없는 임대아파트를 선심 쓰듯이 던져주면서 안가면 고발하고 강제 집행하겠다는 구청의 폭력적인 조치를 주민들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다.
성북구청은 스카이아파트 주민들에게 이주대책으로 SH공사의 임대아파트 입주권을 주었다고 생색을 내었습니다. 그러나 임대아파트의 관리비 및 임대료는 적은 수입으로 살아가는 저희들로서는 감당할만한 것이 아닙니다. 저희들이 입주 가능한 성북구 관내 재개발임대아파트의 월 기본주거비(월임대료+기본관리비)는 대략 20만원가량 됩니다. 여기에 전기요금, 도시가스요금, 기본생계비를 지출한다고 생각하면 왜 감당하기 어려운지 이해가 가실 것입니다. 그런데도 성북구청은 임대아파트 계약을 빨리 안하면 이마저도 입주할 수 없다고 주민들에게 개별적으로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있습니다.
만일 저희들이 임대아파트로 이사 갔다 해도 이렇게 기본주거비가 많이 든다면 얼마나 생활할 수 있을까요? 요즘 저희들처럼 제대로 된 직장이 없는 사람들은 벌이가 쉽지 않습니다. 경제가 어려운 현실인데, 저희같이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사람들은 그나마 임대아파트에서조차 몰려날 가능성이 많아집니다.
성북구청은 현재 법에 의해 당연하게 받아야할 주민들의 권리인 임대아파트 입주권을 엄청난 혜택인냥 이야기하고 있으며, 서울시 재난관리기금을 받아(2008.3.19일 기금배정 확정) 주택임차비용을 융자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습니다.
성북구청이 그토록 어렵게 노력했다는 서울시 재난관리기금에 의한 주택임차융자는 소액 임차인이 다수인 스카이아파트 세입자의 현실과는 맞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다수의 주민들이 융자를 상환할 능력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스카이아파트 세입자의 평균 전세보증금이 2000만원이 안 되는 현실에서 현금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임대아파트로 이주해봐야 1년 안에 강제퇴거 될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성북구청은 서울시로부터 가져온 재난기금을 융자받으면 해결되지 않느냐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노동능력이 낮고 경제력이 없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나오지 않아 은행으로부터 융자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습니다. 더구나 융자를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그 융자의 조건이 좋다고 하더라도 이미 노동능력을 상실한 대부분의 스카이아파트 주민들은 상환할 능력이 없습니다. 평생 동안 살아 온 보금자리를 버리고 떠나는 것도 억울한데 빚까지 덤으로 껴안으라는 것은 너무 혹독합니다.
스카이아파트 세입자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성북구청에 대해 마지막 수단인 법에 호소하려고 합니다. 참! 슬픕니다. 주민의 공복인 행정기관을 상대로 주인인 주민이 소송을 해야하다니요!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