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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낮에 드는 잡감 [예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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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13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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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게 참 복잡하다. 단순하게 사는 게 좋다는 걸 알면서도 모두 바쁘고 복잡하게 얽히며 산다. 일이 없으면 일을 만들고 문제가 없으면 문제를 일으킬만한 일을 스스로 만들어간다. 물질뿐만 아니라 사람, 지식, 명예를 소유하기위해서, 그리고 스스로 설정했거나 설정된 목표를 향해 자신을 몰아간다. 때로는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모르고 떠밀려 가기도한다. 시간에 쫒기며 살지 말고 '시간을 지배하자!'는 구호도 나온다.

 

시간이 지배 되는 것인가?

 

단순한 삶을 산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스콧/헬렌니어링 부부처럼 아니면 지리산 도사들처럼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힘들다고 할 수만도 없는 일이다. 이미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우리들의 존재를 포위하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개인에게 책임 지워지고 개인의 결단에 맡겨져 있는 일들이 어디 한 두 개인가. 가족에 대한 부양의무는 물론이지만 자신의 몸뚱이 하나 제대로 건사 할 수 없는 체제와 제도 안에서 건강한 육체, 건전한 정신을 기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 자신에게 달려있는 가족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 이 인간적이고 근본적인 불안을, 그 불안과 공포를 안고 열심히 일하고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그 미래의 문제마저도 개인의 노력으로(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돈을 많이 벌어놓든지 수양을 해서든지) 극복하라고 하니.......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지난번 파업의 후유증으로 아직도 폐쇄된 공간에 자신을 가두고 그 공포와 불안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정신병을 앓고 있는 분도 있다. 정말 안타깝고 슬프고 그 죽음에 무심한 사회를 보고 있노라면 소름이 끼쳐온다.

 

미래가 어느 정도만 보장되어있다면 현재의 문제는 상당부분 풀려나갈 수 있다. 그리고 그 미래를 만드는 일은 현재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 나가는 일보다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시간이 있고 나누어서 투자하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있을 때 먹어두자는 심리가 발동하게 되어있다. 그래서 한 그릇의 밥에 목숨을 걸기도 한다. 거리에 사는 분들을 모셔오면 처음에는 무지막지하게 먹는다. 솥단지를 끼고 한 솥밥을 다 먹고 다른 사람이 먹는 모습을 보면 또 먹을 것을 요구하며 숟가락을 들고 덤벼든다. 며칠이 지나고 계속 밥을 먹다보면 비로소 양이 조절되기 시작한다. ‘아, 다음끼니에도 밥이 나오는 구나!’라는 확신이 들면 비로소 몸도 마음도 조절이 되는 것이다.

 

사회보장, 복지 정책이 제대로 정립이 되어있거나 정립이 되어갈 것이라는 확신이 들면, 연대와 나눔을 기반으로 함께 살아 갈 수 있는 문화가 살아있다면 현재 일어나고 있는 갈등의 상당부분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고 일어난다 해도 훨씬 더 쉽게 해소될 것이라고 믿는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보다 안정된 내일--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내일--을 위한 비용으로 투자한다면 지금의 불안과 공포가 어느정도는 진정될 수 있지 않겠는가.

 

신앙은 기본적으로 내일을 바라보고 그 내일(來日)--다가오는 날--에 희망을 거는 일이다. 지금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내일, 다가오는 날에는 보다 큰 희망이 있을 것임을 믿는 것이 신앙의 핵심이다. 그 희망의 근거인 내일을 빼앗긴 사람들, 바늘구멍만큼의 희망만 있어도 몸을 바쳐 일하고 사랑하고 살아갈 이유를 발견하는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내일에 투자하는 것이 곧 오늘을 안정시키는 일이고 지금 여기를 행복하게 하는 일인데.......

 

또다시 죽어간 쌍용 노동자와 캄캄한 절망에 울고있을 그 가족의 소식을 접하니 온갖 생각이 이리저리 휘달리는, 춥고 어지러운 한 낮이다.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