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뉴타운 실패를 선언하라 [예전 글]
페이지 정보
나눔과미래 16-07-13 13:07본문
뉴타운 사업은 서민들의 꿈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좋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자, 또한 노후주택 소유자들에게 공짜로 아파트 입주를 보장하는 방법으로 알려졌던 뉴타운. 뉴타운은 강남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 강북지역 주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어주고, 이른바 강남북 불균형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2002년 서울의 은평, 길음, 왕십리 세 곳이 뉴타운 시범사업 구역으로 지정되었다. 이 중 은평뉴타운은 쾌적한 주거환경으로 뉴타운 사업의 상징이자 희망이 되었다. 이에 이명박 시장은 자신감에 넘쳤고, 의욕은 앞섰다. 2005년 무렵, 이 시장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군청보다 못한 부동산 정책’이라고 폄하하면서, 자신의 뉴타운 사업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시민들은 열광했고, 너도나도 빨리 구역지정을 해달라고 매달렸다. 이에 이명박 시장은 시범사업이 채 착수도 안 한 상태에서 34곳을 뉴타운 사업구역으로 지정한다. 지정된 곳들이 현수막을 걸어 축하하고, 인근에 수많은 중개업소가 들어서며 집값이 덩달아 오른 것은 물론이다.
뒤이어 시장 후보에 출마한 오세훈 후보도 뉴타운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뉴타운을 50군데로 늘리고, 중앙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제도화를 완수하겠다고 했다. 2006년에는 그동안 서울시 조례로 추진되던 뉴타운 사업이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입법하면서 전국 사업으로 확대되게 된다. 전국이 뉴타운 열풍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2008년 4월 총선의 핫이슈는 뉴타운이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뉴타운 공약이 난무했고, 당선만 되면 ‘우리동네’를 뉴타운으로 지정하겠다는 식의 과장과 허위공약이 넘쳐났다. 어떤 후보는 오세훈 시장과 이미 얘기가 끝났다거나, 각별한 사이라거나 하는 식의 허위사실을 유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 재임 2년 가까이 지나면서 뉴타운 사업의 문제점을 절감했던 오세훈 시장은 비겁하게 침묵했다.
2008년 8월 리만 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폭발했다. 전 세계는 경제위기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특히, 과잉유동성을 기반으로 턱도 없이 부풀어 오른 부동산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영국, 아일랜드, 스페인, 호주, 아이슬랜드 등 그간 경제가 잘 나간다고 자랑하면서 집값이 올랐던 나라들의 가격이 폭락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미분양 주택이 쌓이고 건설경기가 급락하기 시작한다.
뉴타운 사업에도 위기는 몰려왔다. 더 이상 뉴타운이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 아니었음을 알기 시작한 것이다. 한때 뉴타운 지정을 축하한다고 내걸었던 현수막들은 ‘뉴타운 사기극 규탄한다’는 식의 내용으로 바뀐다. 곳곳에서 소송이 이어졌고, 이른바 비상대책위원회가 거의 모든 지역에서 구성되었다. 그러나 뉴타운 사업은 단순히 부동산 경기가 하락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었다. 부동산 경기의 불황 때문이 아니라, 애초 민간의 수익성 위주 프로그램으로는 사업성이 없는 지역들을 개발하려 한 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일 뿐이다.
이명박 시장은 장밋빛 환상으로 서울시민을 속였고, 시민들은 자신들도 ‘부동산불패신앙’에 근거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란 기대 속에 사기극에 동조했던 것이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오세훈 시장은 한나라당 눈치만 보면서 시간을 끌었고, 결국 2009년 1월 용산참사를 통해 뉴타운의 사기극은 그 실체를 백일하에 드러낸 것이다.
이제라도 ‘뉴타운 사업은 실패했다’고 선언해야 한다. 이는 시민들의 욕망을 자극하여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했던 이명박, 오세훈 시장, 그리고 여야 정치권 모두의 잘못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실패가 예견되는 뉴타운 사업을 버리고, 진정 시민과 도시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방법은 뉴타운 사업의 공공성을 더욱 확대하면 된다. 우선, 주민들의 취약한 경제사정과 주거수준을 감안하여 공공의 재정지원을 늘려야 한다. 또한 공공지원을 받은 뉴타운 사업에서는 서민들의 사정에 적합한 주택인 소형주택, 임대주택을 저렴하고 많이 공급해야 한다. 뉴타운 사업이 외지인들에게 고수익의 투자처가 아니라, 원주민들을 위한 질 좋은 주택과 보다 나은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