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쿠르트 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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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13 13:24본문
더운 여름이었다. 삼선동 왕자문구 옆 계단을 내려가면서 박질녀 할머니께(가명,75세) 전화를 드렸다. 한성대 중문 사거리인데 여기서 어떻게 가면 될까요? 지나가는 이에게 용궁목욕탕 물으면 다 안단다. 그 옆골목이라 하신다. 아~ 그랬지~ 예전에는 목욕탕이 랜드마크였지~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물어 목욕탕을 찾아가니, 할머님이 나와계신다. 할머니는 까맣게 물들인 머리를 단아하게 쪽을 지고, 언뜻 보아도 오래되 보이는 옷을 단정히 챙겨입고 계셨다.
빨간색 벽돌집의 다가구 주택의 반지하방, 전세 4천만원에 빛이 들어오지 않는 집… 눈은 백내장이 진행 중이고, 복대를 차지 않으면 허리를 세울 수가 없다, 한 달에 한 번 병원을 가면 4군데 진료를 받고 돌아오시는데 꼭두새벽부터 출발해서 병원을 가도 하루가 꼬박 걸린다시며 주렁주렁 달려있는 약 봉지를 보여주신다. 한참을 말씀하시다가 힘든 걸음을 떼어 씽크대를 가시더니 목마를텐데 어여 들라면서 컵을 내미신다.
달고 맛있는 음료수…
익숙한 맛인데 이름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첫 상담을 마쳤다.
그리고 신발을 신으며 씽크대를 보니 얌전히 서있는 요쿠르트 세 개… 익숙한 맛인데 기억이 나지 않았던 건 요쿠르트를 컵에 마셔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구나, 하나 주시면 될 것을 굳이 세 개를 컵에 담아주신 건 없는 살림에도 나누려는 할머님의 고마운 마음이구나... 따듯한 마음이 한 가득 느껴졌다.
사회복지기관의 지원을 끝끝내 원치않던 아들 때문에 뭐 하나 마음가는 만큼 드리지는 못했지만, 할머니와의 인연은 이사가시기 전까지 이어졌다. 일없이 전화만 드려도 그렇게 좋아하시던 분, 손 붙잡고 공원으로 향하던 발걸음, 도란도란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던 기억… 할머니는 지금 어떻게 지내실까? 건강하지는 않으시겠지만, 많이 편찮으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쯤은 아들이 결혼을 해서 며느리, 손주랑 같이 살고 계시면 좋겠다…고 바라본다.
이후로 나는 요쿠르트를 컵에 따라 마신다. 그 날의 기억을 담뿍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