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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주거복지센터] 걸으며 미래를 그리고, 과거를 기리는 용산 다크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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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24-10-2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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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사람들이 바삐 걸음을 옮기는 아침 용산역, 우리는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2009년 용산참사를 기억하고 용산정비창 개발의 문제를 찾고, 대안적 미래를 상상하고자 서울시주거복지센터협회 주최로 진행되는 현장 교육, <용산다크투어>입니다.

 

1) 용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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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완공 당시, 동양 최대의 규모의 민자역사로 홍보되었던 용산역


우리가 모인 용산역은 정부가 소유한 땅에 민간 건설사가 역을 짓고 계약기간 동안 점용허가를 가지는 민자역사입니다. 최장 30년의 점용허가를 내주고 이후에 민자역사 상업시설은 정부로 무상으로 귀속되어야 하나, 점용허가 만료일이 다가오면 입주업체의 계약기간이 남아있다.’ ‘입주업체가 피해를 본다.’며 시민이 아닌, 입주업체가 피해를 본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정부로 귀속되지 않은 채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행색이 누추한 사람들이 힘들어 잠시 역에 기대어 쉬는 것조차 불허하는 등 공공성보다는 사적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차림이 어떠하던 모든 시민의 것인 거리조차 상업시설들이 오히려 주인행세를 하는 이러한 현상은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2) 홈리스 텐트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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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군가에게는 이동 통로인 구름다리 아래에 사람이 살고 있다. 용산역 홈리스 텐트촌

용산역에서 5성급 호텔로 이어지는 길, 이곳에는 서로를 잇는 구름다리가 있습니다. 새롭게 지어진 새하얀 구름다리 아래로는 무성한 나뭇잎과 시민들의 무관심으로 가려진 홈리스 텐트촌이 숨겨져 있습니다. 텐트촌은 하나의 작은 마을로, 2000년부터 모인 20명 정도의 텐트촌 주민들이 규칙을 정하고 질서 있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용산의 각종 개발 계획들로 인하여 텐트촌 주민들의 불안은 계속해서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개발로 인하여 거처를 옮겨야 하는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주거취약계층 주거사다리지원사업의 대상자로 보지 않으려는 행정으로 인해 신청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상자로 선정된다고 하여도 이주까지의 과정은 험난하기만 합니다. 게다가 신청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합니다. 주거는 가장 보편적이고 필수적인 권리인데 언제쯤이면 이들은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지, 정부는 무엇인지 고민이 남았습니다.

 

3) 용산 정비창

구름다리를 건너 걷다 보면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큰 부지가 나타납니다. 이는 용산정비창 부지로 한국철도공사 소유의 토지입니다. 이곳은 서울에 남은 마지막 대규모 가용지(개발 이용이 가능한 토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무려 축구장 70개를 합쳐놓은 50 의 크기입니다. 이런 토지가 2013년 용산 국제업무지구 도시개발사업이 최종 무산된 후 현재(2024.10.11.)까지 방치되어 있습니다. 올해 2024년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발표되었으나 공공임대주택은 약 800가구로 수요에 비하면 적잖이 부족함이 있습니다.

우리는 여태까지 공공의 땅에 공공임대를 짓기에는 놀고 있는 공공의 땅(공간)이 없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렇게나 넓은 부지가 오랜 기간 방치된 채로 있었다는 사실을 듣고 공간이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공공의 땅에 이윤이 발생하지 않는 공공임대를 짓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씁쓸한 웃음이 지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4) 옛 남일당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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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호화 고급 주상복합건물에 가리워진 용산참사

2009120일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15년이 지났습니다. 2009년 초겨울, 철거민 32명이 건물 옥상 망루에 올라 점거 농성을 벌였습니다. 농성 하루 만에 200명의 경찰특공대가 투입되었고, 망루에 난 불로 인해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하였습니다. 이상하리만큼 빠르게 진행된 재개발은 세입자들로 하여금 길거리에 나앉는 신세로 만들었습니다. 세입자들은 제대로 보상조차 받지 못하고 강제퇴거 될 위기에 처했고, 이를 막기 위해 구청에 하소연을 해보았지만, 돌아온 것은 재개발 절차에 문제는 없다는 답변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망루로 올라가서 외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쫓겨나면 살아갈 곳이, 생계를 유지할 터전이 없었기에, 아무런 대책조차 마련해주지 않았기에, 그저 살고 싶었기에 망루에 올랐을 뿐입니다. 이러한 참사 이후, ‘강제퇴거 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용산 참사가 발생했던 장소에는 센트럴파크 해링턴스퀘어가 세워졌습니다. 높은 빌딩과 도시의 화려함 속에 감춰진 과거의 아픔을 우리는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과거, 우리는 전쟁과 가난으로 인해 빌딩과 화려함을 동경했습니다. 이를 얻고 싶어서, 우리도 빛나는 세상에 있고 싶다는 일념 하에서 많은 것들을 희생해 왔고,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이 더 나은 사회인지, 무엇을 위해 우리는 더 나아가고자 노력해 왔는지. 아주 잠시라도 좋으니, 멈추어 서서 이야기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빈곤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입니다


성북주거복지센터 신찬미 주거복지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