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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저렴한 집인가, 오래 살아갈 수 있는 동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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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26-08-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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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은 살고 싶은 집이 아니라 잠시 버티는 공간이다.”

 

지난 8월 서울의 고시원에 살았던 한 25세 청년이 한 말이다. 같은 기사에서 신촌의 고시원에 사는 대학생은 주변 원룸의 높은 보증금과 월세 때문에 갈 수 있는 곳은 사실상 고시원밖에 없었다고 말했다(서울신문, 2026.8.23.). 청년에게 저렴한 집은 때로 살고 싶은 집이 아니라 감당할 수 있어 선택한 집인 셈이다.

 

2026년 국토연구원의 청년 삶의 질 향상과 주거안정을 위한 중장기 정책방향 연구에 따르면 19~24세 청년 임차가구의 월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 중위값은 2022년 기준 34.0%였다. 높은 주거비 앞에서 청년 주거정책도 월세 지원, 보증금 대출, 공공임대 공급 등 부담을 낮추는 데 집중해왔다. 물론 부담 가능한 주거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져보고 싶다.

 

주거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청년은 더 싼 집(또는 방)을 찾아 이동하고 계약이 끝날 때마다 다음 집을 걱정한다. 문제는 이러한 거처에 대한 불안이 집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한 지역에 오래 머물지 못하면 익숙한 가게와 병원, 도서관을 만들고,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할 기관과 사람을 알아가는 것도 어려워진다.

 

청년의 주거 불안이 삶의 다른 영역과 연결된다는 사실은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청년 1인가구의 사회적 배제 유형 결정요인에 관한 연구(보건사회연구, 2025)는 청년 1인가구의 사회적 배제를 고용·주거·경제 배제형’, ‘다중배제형’, ‘건강·주거 부분배제형으로 구분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주거의 문제가 고용·경제·건강 등 다른 삶의 불안과 분리되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집의 불안정은 삶의 다른 불안정과 연결될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주거취약성과 지역 빈집문제가 청년 고립에 미치는 영향 분석(주택도시연구, 2025)은 전국 127개 시군구의 청년 2,931명을 분석한 결과, 청년 고립의 차이 가운데 30.8%가 지역 수준에서 설명되며, 개인의 주거 취약성 역시 고립 위험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이는 고립을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없음을 보여준다. 어떤 집에 사는가와 함께 어떤 동네에서 살아가는가, 그곳에 머물 수 있는가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청년 주거복지는 어떤 집을 공급할 것인가를 넘어 그 집에서 어떤 삶을 이어갈 수 있는가로 그려봐야 할 것이다. 성북구의 공동체주택 터무늬있는집에서 4년을 거주한 한 청년은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거처가 없어 친구 집을 전전했고 프로젝트가 끝나면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안정적인 주거를 얻으면서 서울에서 일을 이어갈 수 있었다. 퇴거와 결혼까지 앞둔 그는 제가 살면서 정착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저한테는 큰 의미이고주거사다리가 된 거거든요라고 말했다(터무늬있는집 인터뷰, 2024.8.).

이처럼 모든 청년에게 공동체주택이 필요하다는 것을 넘어서 안정적인 첫 집은 한 사람이 지역에서 삶을 시작할 시간과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데 있다.

 

공공임대주택은 그런 첫 번째 집이 될 수 있다. 청년에게 부담 가능한 집을 제공하고, 필요할 때 청년지원센터·일자리·복지기관 등 지역의 자원에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공동체 참여를 요구하는 것과 달리 필요할 때 지역과 연결될 통로를 열어둘 수 있다. 아무리 공유 오피스와 커뮤니티 시설이 잘 갖춰져 있더라도 그 관계가 건물 안에서만 머문다면, 청년이 한 지역에 정착하고 동네와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다음 집이다. 소득이 늘거나 결혼하고 가족이 생겨 지금의 집을 떠나야 한다고 해서 동네까지 떠나야 할 필요는 없다. 청년 공공임대에서 일반 공공임대, 신혼·가족형 주택, 부담가능한 민간임대나 사회주택 등으로 같은 생활권 안에서 이동할 수 있는 지역 내 주거사다리가 필요하다.

 

공공의 역할은 한 사람이 같은 공공임대에서 평생 살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삶의 조건이 달라져 집을 옮기더라도 자신이 살아온 동네까지 떠나지 않아도 되는 선택지를 만드는 것이다. 지역정착은 청년을 한 동네에 붙잡아 두는 일이 아니다.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자유와 함께, 떠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집 때문에 떠나지 않아도 되는 선택권을 보장하는 일이다.

 

부담 가능한 주거비와 쾌적하고 안정적인 거처를 제공하는 것은 주거복지의 출발점이다. 더 나아가 오래 살아갈 수 있는 동네는 더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나눔과미래 사무국장 전효래


[참고자료] 

* 국토연구원(2026), 청년 삶의 질 향상과 주거안정을 위한 중장기 정책방향 연구.

* 송도훈·정규형·김이슬(2025), 청년 1인가구의 사회적 배제 유형 결정요인에 관한 연구, 보건사회연구45(3).

* 김지민·노충래(2025), 주거취약성과 지역 빈집문제가 청년 고립에 미치는 영향 분석, 주택도시연구15(2).

* 서울신문(2026.8.23.), 고시원 거주 청년 인터뷰 기사 링크. https://amp.seoul.co.kr/news/society/2026/08/24/20260824010005

* 터무늬있는집(2024.8.), 정릉동 터무늬있는집 퇴거자 인터뷰 전문 링크. https://themuni.co.kr/Interview3/?bmode=view&idx=66709400&back_url=&t=board&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