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주거복지센터] 이제 꽃길만 걸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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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21-03-26 17:24본문
겨울을 앞둔 10월, 집에서 강제퇴거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강사보조일을 하며 겨우 생계를 유지했지만 코로나 이후 일거리가 끊기자 월세가 체납되면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채 갑자기 닥친 일이라 옷가지만 겨우 챙긴 채 하교하는 딸을 데리고 무작정 지방에 있는 이혼한 전 남편을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남편에게는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딸만 잠시 맡겨 두고 다시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통장에 가진 돈은 없고 주민센터를 찾아보았지만 별다른 도움은 받지 못한 채 종로주거복지센터 연락처를 챙겼고 그렇게 종로주거복지센터와의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센터를 통해 공공임대주택 정보를 안내 받았고 신혼부부 전세임대주택(지원대상 한부모가정 자격으로 신청), 긴급주거지원 신청을 하였고, 구청에서는 긴급지원을 신청하여 생계비 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또한 당장 몸 뉘일 곳이 없던 처지라 잠시 긴급주택에 입주하기도 했습니다. 집이 없는 생활은 너무 힘들었습니다. 딸은 다니던 학교를 떠나야 했고 엄마와 떨어져 살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딸과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나날을 보냈습니다.
다행히 2020년 12월 신혼부부전세임대주택에 선정되었고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센터에서 애써주었습니다. 여러 복지재단에 신청서를 넣어 보증금 500만원을 마련하였고 약간의 생활비도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동주민센터에서 수급신청을 하여 2021년 2월 조건부수급자로 선정되었고 정부 보조금도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21년 2월 전세임대주택 입주해서 처음 세탁기 돌린 날을 잊지 못합니다. 지난 5개월간 정해진 거처없이 숙박업소에서 생활하다 내 집에서 내 세탁기로 빨래를 하다니.. 갑자기 감정이 복받쳐서 눈물을 쏟아내었습니다.
여러 분들의 도움으로 주택에 입주는 했지만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습니다. 이사한 집이 누수가 있고 곰팡이가 많은 집이라 집을 다시 이사하려고 하니 풀어야할 문제가 너무도 많습니다. 세상 살기가 어찌 이리도 복잡한 지 그동안 몰랐던 일들을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감사한 일은 딸이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여 마련한 주택 인근의 중학교에 입학하였고, 지금 엄마와 함께 지낼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것만으로도 엄마는 힘을 낼 수 있습니다.
종로주거복지센터에서 상담한 당사자, 연희씨(가명)의 시점으로 글을 적어보았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딸과 함께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한 어머니의 노력이 눈물겨웠습니다. 연희씨 가족이 앞으로 꽃길만 걷기를 바랍니다. :)
종로주거복지센터 사회복지사 정은영